완연한 가을이다. 음악 듣기에 좋지 않은 계절은 없지만 하나만 꼽으라면 가을이 아닐까 싶다. 가을 하면 떠오르는 뮤지션으로 스팅(Sting)을 빼놓을 수 없다.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도 스팅의 곡 신청이 폭증하고 있다. 목록을 살펴보면 매년 변함없이 다음 3곡이 왕좌를 다툰다. ‘Englishman in New York’(1988), ‘Shape of My Heart’(1993) 그리고 ‘Fields of Gold’(1993)다.
보통 스팅의 음악을 ‘고급지다’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고급지지 않은 음악’도 있다는 뜻이 된다. 이상하다. 우리가 습관적으로 말하던 “음악에 우열은 없어”와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설명하자면 이렇다. 음악 그 자체에는 급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음악을 듣고, 문화를 즐긴다. 요컨대 귀로만 음악을 듣는 게 아니다. 특정한 맥락과 영향 아래에서 음악을 듣고 취사선택한다. 때로는 이 음악이 나를 더 세련되게 전시해 줄 거라고 판단한다. 이 장르야말로 ‘찐’이라는 확신으로 다른 장르를 내리깔기도 한다. 이 음악을 모르면 시대 흐름을 놓치거나 집단에 끼지 못할 거라는 위기감을 느끼기도 한다. 스팅의 음악을 ‘고급지다’고 ‘인식’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작동한다.
스팅의 본명은 고든 매튜 토마스 섬너(Gordon Matthew Thomas Sumner)로 원래는 교사였다. 대학 졸업 후 초등학교 교사로 2년간 일했지만 뮤지션 의 꿈을 이루기 위해 런던으로 이주했다고 한다. 이후 스팅은 1977년 두 명의 멤버와 함께 3인조 록밴드 폴리스(The Police)를 결성해 마침내 꿈에 그리던 데뷔를 이뤄냈다. 어쩌면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폴리스라는 밴드가 낯설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곡 ‘Every Breath You Take’를 모를 수는 없다.
‘Every Breath You Take’는 1983년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오른 폴리스 최대 히트곡이다. 이후 1997년 미국의 힙합 뮤지션 퍼프 대디가 이 곡을 샘플링한 ‘I’ ll Be Missing You’를 발표하면서 폴리스는 또다시 빌보드 싱글차트 정상에 올랐다. 참고로 스팅을 포함한 폴리스 멤버들은 ‘I’ll Be Missing You’를 싫어했다고 전해진다. 자신들의 음악을 “백화점에 흐르는 아무 의미 없는 음악”처럼 만들어버렸다는 게 이유였다.
지금까지 설명한 곡 외에도 히트 싱글이 부지기수다. 단, 적어도 한국에서는 폴리스의 음악보다 스팅의 솔로 시절 노래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유는 분명하다. 폴리스의 음악은 굉장히 건조하다. 소리의 움직임을 최소한으로 억제해 패턴화된 음형을 반복하는 최소주의를 지향하는 가운데 여러 장르를 혼합했다. 멜로디가 도드라지는 음악을 선호하는 한국의 정서와는 확실히 거리가 멀다. 반면 스팅의 솔로곡은 다르다. 팝과 재즈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노래가 많다. 어려운 노래가 있긴 해도 폴리스 음악과 비교하면 듣기에 훨씬 수월하다.
이런 이유로 셋리스트는 스팅의 솔로곡 위주로 뽑았다. 폴리스 시절 곡은 당연히 ‘Every Breath You Take’를 선택했는데 앙코르로 제격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