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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임정욱이 만난 혁신기업가"부동산·임대 관리 넘어 주거생활 전반의 운영체제(OS) 회사가 될 겁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공동대표 2026년 06월호
 

박병종 자리컴퍼니 대표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는 “좋은 선배 창업가 밑에서 먼저 배우고 나오라”고 조언한다. 자리컴퍼니가 그들을 위한 사관학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창업 계획을 가진 인재들이 우선 스타트업을 경험하기 위해 우리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친구들이 일을 더 잘합니다.”

“성공의 원재료는 실패입니다. 방법은 단순해요. 성공할 때까지 실패하면 됩니다. 그러려면 한 번의 실패에 드는 비용을 줄여야죠.”

12년 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한 경제신문의 스타트업 담당 기자였다. 창업가를 인터뷰하며 창업의 꿈을 키우던 그는 이제 산전수전 다 겪은 11년 차 노련한 스타트업 대표가 됐다. 최근 110억 원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자리컴퍼니 박병종 대표를 오랜만에 만났다. 실패는 성공을 위한 자양분이라는 단단한 철학을 갖고 있는 그는 시장의 문제를 찾고 해결해 성장하는 스타트업 창업가의 표본처럼 느껴졌다.

경제신문 스타트업 담당 기자 하다 창업 뛰어들어…
두 번의 피봇 끝에 국내 최대 임대관리 플랫폼 일궈

10여 년 전 기자로 일하던 시절, 박 대표는 야근 후 잦은 택시 승차거부에 시달리며 이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창업 동기에 강한 자극을 준 인물은 비바리퍼블리카(토스)의 이승건 대표였다.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로 막힌 송금시장을 뚫어내는 모습을 기자로서 가까이서 지켜봤기 때문이다. “기자도 사회 문제를 해결합니다. 다만 말과 글로만 하는 거라 내 손으로 행동해 해결하는 느낌이 없었습니다. 직접 해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그는 2015년 8월 콜버스랩을 창업했다.

10년이 지나 다시 만난 지금, 박 대표는 모빌리티 스타트업이 아닌 부동산 임대관리 플랫폼 ‘자리톡’의 대표가 돼 있었다. 2024년 매출 77억 원으로 첫 연간 흑자를 낸 데 이어 지난해에는 더 급성장해 매출 125억 원, 영업이익 7억5천만 원을 거뒀다. 가입 임대인 70만 명, 가입 세입자 500만 명. 국내 최대 임대관리 플랫폼이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110억 원 규모의 투자도 유치했다. 

당연히 쉽게 얻은 성공이 아니다. 그 사이 두 번의 폐업 위기와 두 번의 피봇(사업모델 전환)이 있었다. 첫 번째 위기는 콜버스랩 창업 직후 찾아왔다. 콜버스랩은 심야에 비슷한 경로를 이용하는 승객들을 모아 전세버스로 실어 나르는 승차 공유 서비스였다.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로펌 자문까지 받고 출시했지만 2016년 2월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업계 반발에 직면한 정부가 내놓은 건 미봉책이었다. 콜버스를 허용하되 택시회사와 손잡으라는 것이었다. “한번 해보자고 했는데 결국 독이 든 성배를 마신 꼴이었습니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어요.” 약속받은 250대 대신 17대로 출발한 사업은 결국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그냥 주저앉을 수 없었다. 콜버스를 운영하며 알게 된 전세버스시장의 문제에 주목했다. 그리고 2017년 4월 첫 피봇을 단행했다. 콜버스라는 이름은 그대로 두고 사업을 전세버스 가격 비교·예약 플랫폼으로 바꾼 것이다. 정보 비대칭이 심한 시장이었다. 견적 비교와 기사 평점 시스템을 붙이자 빠르게 성장했고 2019년에는 월 단위 흑자에 도달했다. “나도 이제 경영자 구실을 하는구나 생각하며 안도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어떻게 성장하나 고민하던 시기에 날벼락이 떨어졌습니다.” 

2020년 2월 코로나19가 닥쳤다. 5명 이상 모임이 금지되자 전세버스 수요가 사라졌다. 매출은 10분의 1로 줄었고 직원 절반을 내보내야 했다. 두 번째 폐업 위기였다. 이번에는 코로나19를 피해 완전히 새로운 시장으로 가야 했다. 다시 피봇 아이디어를 짜야 했지만 쉽게 나오지 않았다. 토스의 사례를 따라 전 직원이 함께 아이디어를 내봤지만 실패했다. 

“직원들이 얼어버려요. 두려움에 떨어요. 이력서나 들여다보게 되죠.” 박 대표는 방식을 바꿨다. 자신이 겪은 불편함에서 시작하는 바텀업 대신 국가데이터처의 모든 시장 데이터를 전수조사해 큰 시장부터 훑는 톱다운 방식이었다. 건설업과 도소매업처럼 스타트업이 진입하기 어렵거나 이미 강자가 있는 시장을 걸러내자 마침내 부동산 임대시장이 보였다. 상업·업무용 및 주거용 임대시장의 연간 월세 거래액만 177조 원. 직방과 다방 같은 강자가 있었지만 모두 임차인과 중개사를 향한 서비스였다. 임대인을 위한 솔루션은 비어 있었다.

이것도 쉽게 찾은 것이 아니고 최고 마케팅 책임자(CMO)와 둘이 매일 몇 개씩 아이디어를 쌓아 100개를 채운 끝에 골라낸 아이템이었다. 그런 산고를 통해 2021년 1월 출시된 자리톡의 첫 서비스는 단순했다. 바로 월세 고지서를 발송하는 것이었다. “제가 어릴 때부터 자취만 15차례 옮겨 다니면서 월세를 냈는데 줄곧 의아했던 것이 있습니다. 월 15조 원이 오가는 시장인데 왜 고지서도 영수증도 없을까요. 그래서 월세를 연체해 본 기억도 있습니다.” 임대인 설문조사 결과 가장 큰 고민은 월세 연체였다. 세입자에게 물어보니 응답자의 65%가 “그냥 깜빡 잊어버려서” 못 냈다고 답했다. 

세입자 대상 월세 카드 결제 서비스로 흑자 전환,
보유 데이터 활용해 부동산 AI 에이전트로 진화할 계획
 
카카오톡으로 자동 발송되는 고지서를 만들자 임대인이 체감하는 연체율은 2% 수준까지 크게 떨어졌다. 임대인이 가입하면 세입자들도 따라 가입했다. 양면 플랫폼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수익화의 돌파구는 세입자 쪽에서 나왔다. 2022년 하반기 글로벌 금리 인상으로 투자시장이 얼어붙자 박 대표는 빠르게 매출을 낼 길을 찾아야 했다. 그가 주목한 건 월세 카드 결제였다. 현금이 부족할 때 카드로 월세를 내고 무이자 할부와 카드 실적, 세액공제 환급까지 받을 수 있게 했다. 결제대행사(PG)·카드사와 협업한 핀테크 영역으로의 확장이었다. 이 서비스가 흑자 전환을 이끌었다. 자리톡 고지서의 연간 발송 규모는 17조 원, 국내 월세시장의 14%에 이른다.

자리톡은 이제 임대인을 위한 임대장부, 공실 중개와 임대인 커뮤니티에 더해 세입자를 위한 실거주 리뷰, 월세 환급 도우미, 단기임대 ‘자리스테이’까지 서비스를 확장했다. 박 대표는 “자리톡은 임대 부동산 운영 데이터를 가진 거의 유일한 회사”라며 부동산 AI 에이전트로의 진화를 다음 목표로 삼고 있다. 5년 뒤 비전에 대해 그는 “임대 부동산을 넘어 주거생활 전반의 운영체제(OS) 회사가 되겠다”고 했다.

스타트업 생태계를 취재하다 직접 선수로 뛰어든 그에게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평가를 부탁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고 있는 것 같아요. 거품이 있을 때는 꿈만 가지고도 큰 투자를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주가수익비율(PER)에 가깝게 평가받습니다. 옛날에는 유행처럼 스타트업에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어릴 때부터 창업 방법론을 체득한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어요.”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는 “좋은 선배 창업가 밑에서 먼저 배우고 나오라”며 “내 돈이 아니라 회사 돈으로 실패하면서 레슨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자리컴퍼니가 그들을 위한 사관학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창업 계획을 가진 인재들이 우선 스타트업을 경험하기 위해 우리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친구들이 일을 더 잘합니다.”

기자에서 창업가로, 모빌리티에서 프롭테크로, 적자 회사에서 흑자 플랫폼으로. 시장의 문제를 찾아 끈질기게 해결하며 성장한 자리컴퍼니가 임대 부동산시장을 넘어 한국인의 주거생활을 바꾸는 회사로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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