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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쓸모없음의 쓸모반복한다는 것
김중혁 소설가 『펭귄뉴스』, 『가짜 팔로 하는 포옹』 작가 2026년 06월호

반복은 힘들다. 똑같은 일을 매일 해야 하거나 변화 없는 상황을 매일 견디는 삶은 고통스럽기도 하다. 반복 학습을 통해 정확도를 높이는 인공지능과 달리 인간은 반복이 거듭될수록 지치고, 싫증 나고, 괴로워하며 상황에서 벗어나려 한다. 바위를 산 정상까지 밀어 올리는 일을 반복해야 하는 시시포스,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준 벌로 독수리에게 매일 간을 쪼이게 되는 프로메테우스, 밑 빠진 항아리에 물을 부어야 하는 콩쥐처럼 가장 큰 시련은 반복을 견디는 일이다. 하지만 반복 속에서 인간의 가장 위대한 능력이 샘솟기도 한다.

반복이라는 주제를 가장 예술적으로 빚어낸 영화가 짐 자무시 감독의 <패터슨>이다. 이 영화를 아주 좋아해서 여러 사람에게 추천했는데, 별로였다는 사람도 많았다. 내가 추천한 영화 중에서 성공률이 가장 낮은 작품이다. 특별하고 드라마틱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일상의 반복이 계속되기 때문에 심심한 영화인 건 맞다. 심심한 게 별로인 사람들은 영화 중간에 잠들거나 참지 못하고 정지 버튼을 누를 것이다. 나는 그 심심한 맛에 중독돼 틈날 때마다 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본다.

‘패터슨’ 시에 살고 있는 ‘패터슨’ 씨가 주인공이다. (이름의 반복!) 패터슨 씨의 직업은 버스 운전사다. 늘 같은 길을 반복해서 다녀야 하는 직업이다. (경로의 반복!) 패터슨 씨의 취미는 시 쓰기다. 시간이 날 때면 단어를 떠올리고, 문장을 다듬고, 라임을 맞추며 시를 쓴다. (라임을 맞추는 것도 반복의 묘미를 깨닫는 일!) 일이 끝나면 늘 같은 술집에 가서 맥주를 마시고 (단골은 반복의 또 다른 이름!) 같은 길을 따라서 산책하고 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함께 잠에 빠져든다.

패터슨 씨는 반복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반복을 사랑하기란 쉽지 않다. 매일 출근하는 사람, 같은 일을 수십 년째 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만, 반복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패터슨 씨의 남다른 점은 시를 쓴다는 것, 귀가 열려 있다는 것, 늘 새로운 일을 구상하는 아내가 있다는 것이다. 늘 새로운 일을 구상하는 파트너를 만나기는 쉽지 않지만 시 쓰기와 귀 열어두기는 우리 모두 할 수 있는 일이다. 패터슨 씨는 버스 승객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다. 같은 버스지만 승객은 달라진다. 같은 승객이더라도 그들의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두면 시 쓰기에 도움이 된다. 시를 쓴다는 건 반복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일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처럼, 인간은 반복을 피할 수 없기에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아낸다. 반복을 사랑하는 사람이 똑같은 문장을 100일 동안 반복해서 읽는다면, 100개의 새로운 문장을 읽게 될 것이다. 인간의 뇌는 같은 문장 속에서 매일 새로운 의미를 찾아낸다. 똑같은 길을 100일 동안 반복해서 걷는다면, 평소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자연의 변화를 더 많이 발견하게 될 것이다. 같은 길이 날마다 달라질 것이다.

읽었던 책을 다시 읽고, 본 영화를 다시 보고,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다 보면 우리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반복이야말로 우리가 반복해서 공부해야 할 대상이다. 반복이 없다면 삶의 리듬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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