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장려세제(EITC ; Earned Income Tax Credit)는 저소득 근로층의 취업을 장려하고 일을 통한 빈곤탈출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소득연계형 지원제도이다. 최저생계비와 실제소득과의 격차를 메꾸어주는 일반적인 소득지원정책은 근로를 하더라도 증가된 근로소득만큼 정부지원액이 줄어들게 되는 반면, 근로장려세제는 일을 열심히 하여 근로소득이 늘어나면 정부지원액이 늘어나게 된다.
미국에선 가장 효과적 脫빈곤정책
1975년에 이 제도를 도입한 미국에서는 현재 EITC가 저소득가구에 대한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탈빈곤정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ITC의 정책적 매력은 기존의 소득지원형 복지제도가 가지는 근로유인 저해, 공공부조 프로그램에의 안주(‘빈곤의 함정’), 복지수급에 따르는 ‘낙인효과(stigma effect)’ 등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시장에서의 취업을 통한 경제적 자립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데 있다.
도입 초기 저소득 근로계층의 사회보장세 부담 완화 목적으로 12억5천만달러의 적은 규모로 출발한 미국의 EITC가 현재는 연간 예산규모 380억달러의 큰 프로그램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게 된 것은 이러한 EITC의 장점에 기인한다.
미국의 진보와 보수 양 진영 모두 EITC 제도 확대에 대해 지속적인 지지를 보낸 것은 자칫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도 있는 정부의 일방적인 시혜보다는 개인의 자발적 자립 노력에 대해 사회가 지원하는 EITC가 저소득 근로계층의 근로유인 제고와 자립 측면에서 다른 어떤 제도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OECD 국가들도 종전 소득지원 위주의 복지정책(welfare)에서 일하는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근로연계형 복지제도(workfare)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초보장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일하는 빈곤층에 대한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원방안을 모색하는 국내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오래전부터 EITC 도입 논의가 진행되어 왔다.
정부는 2004년 제56회 국정과제 회의 시 ‘일을 통한 빈곤탈출 지원 대책’ 실행방안의 일환으로 EITC 도입 타당성을 정부 차원에서 검토하기로 하였으며, 관련 부처 및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EITC 도입을 결정하였다. 그리고 지난 6월 22일 한국조세연구원은 ‘우리 현실에 맞는 EITC 실시방안’ 공청회를 통해 우리나라 현실에 적합한 EITC 모형안을 제시한 바 있다.
EITC는 근로빈곤층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미흡한 우리나라의 현행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의미를 가진다. 우리나라의 사회안전망은 극빈층의 최저생계를 보장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일반국민을 빈곤ㆍ질병 등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사회보험의 이원적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일을 해도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차상위계층, 근로빈곤층에 대해서는 사회적 보호가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기존의 사회안전망을 단순 확대하여 근로빈곤층을 보호하는 방안은 근로빈곤층의 소득상황과 기존 사회안전망제도의 특성상 정책의 한계가 있다. 국민연금과 고용보험제도는 노령과 실직에 대한 소득보장제도로서 현재 취업하고 있는 빈곤한 근로계층에 대한 생활안정 지원책으로서는 적절하지 못하다. 아울러 본인 기여금의 납부가 필요한 사회보험은 미래를 위한 저축여력이 부족한 근로빈곤층이 이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극빈층 대상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빈곤추락을 사전에 방지하는 기능이 약하고, 보충급여 방식으로 최저생계비를 지원하기 때문에 일을 하든지 또는 하지 않든지 간에 실질소득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근로의욕을 저해하는 측면이 크다. 또한 통합급여 방식에 의해 탈수급 시 모든 급여가 중단되어 실질소득이 감소(빈곤의 함정)하기 때문에 탈수급을 저해하는 것 또한 문제이다. EITC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은 이러한 제도적ㆍ현실적 상황인식에서 시작한다.
일하는 저소득층에 최대 年80만원 지급
정부의 근로장려세제 시행안은 처음 도입하는 제도이니 만큼 적용대상과 급여수준을 필요 최소한으로 하여 제도의 안정적인 도입에 중점을 두고 설계되었다. 적용 대상은 당해연도 가구의 총소득이 1,700만원 미만이고, 18세 미만의 자녀를 2인 이상 부양하는 가구로서 무주택이고 일반재산의 합계액이 1억원 미만인 근로자 가구를 대상으로 한다.
본인과 배우자의 근로소득을 합한 급액을 기준으로 근로장려금을 계산하며, 연간 근로소득 800만원까지는 근로소득의 10%, 800만원에서 1,200만원까지는 80만원, 1,200만원에서 1,700만원까지는 (1,700만원 - 근로소득)의 16%가 근로장려금이 된다.
근로장려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위의 요건을 모두 충족한 가구가 종합소득세 신고 시 근로장려금을 신청해야 하며, 근로장려금은 그 신청에 따른 내용을 국세청이 확인하고 연 1회 지급된다. 근로장려금은 세액공제의 일종으로서 일반조세의 환급절차와 동일하게 처리된다.
이러한 근로장려세제 도입에 있어서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우리나라의 소득파악 상황이다. 근로장려세제는 소득수준에 따라 적용대상과 급여수준이 달라지는 제도이므로 정확한 소득파악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소득파악 정도는 계층별로 상이한 양태를 띠고 있다. 우선 근로자 계층을 살펴보면 2004년을 기준으로 하여 임금근로자 1,489만명 중 국세청이 소득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근로자는 1,073만명으로 72% 수준의 소득자료 보유율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말 「소득세법」 개정으로 올해부터는 일용근로자에 대한 지급조서 제출의무가 부과되어 소득파악 수준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사업자의 경우, 2004년 개인사업자 436만명 중 기장에 의한 신고자는 114만명(26.1%)으로 장부증빙에 의한 신고비율이 낮아 현 단계에서 근로장려세제를 적용하는 것은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도입 초기에는 소득파악이 가능한 근로자 계층부터 시행하고 단계적으로 사업자 등으로 그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요ㆍ최소한의 모형설계로 제도의 안정적 도입에 주안
여기에서 한 가지 더 유념해야 할 것은, 사회복지 공무원의 소득ㆍ재산 조사와 면담 등 대면신청절차에 의해 이루어지는 공공부조 급여와는 달리 근로장려세제는 신청자의 신청 내용에 따라 급여가 지급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에 따라 기존의 공공부조급여가 가지는 낙인효과와 행정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공무원의 대면조사 없이 지급된다는 점에서 부정수급의 가능성이 상존하는 문제가 있다. 이는 30여년간 EITC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부정수급 문제를 감소시키기 위하여 근로장려세제는 근로자가 제출한 소득내역과 고용주가 제출한 지급조서가 일치하는 경우에만 적용하는 것이 제도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바람직하다.
제도 도입 초기임을 고려하여 적용대상을 지원의 필요성이 높은 계층으로 한정하여 제도의 안정적 도입에 우선점을 두어야 하며, 근로장려세제의 집행업무는 기존의 국세청의 세정업무와 성격이 다르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새로운 제도가 정착되기까지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것은 정책당국자의 의무이다.
근로장려세제 적용대상을 아동을 부양하는 가구, 그중에서도 특히 지원의 필요성이 높은 2인 이상의 아동을 부양하는 가구로 제한하고, 주택을 보유하지 않은 가구로 제한하는 것은 그러한 현실적 필요성 때문이다. 주택보유 여부 등 재산상태를 수급요건으로 설정한 것은 근로유인을 제1의 정책목표로 하는 EITC 제도의 성격과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재산요건은 우리나라의 소득파악 정도를 고려할 때 지원의 형평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필요불가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급여수준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이 도입 초기에 사회보장세 부담수준인 10%의 점증률로 10여년간 제도를 유지하면서 운영상태를 점검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0%의 점증률과 연간 최대 80만원의 급여는 근로유인에 다소 미흡할 수도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근로유인과 소득지원을 위한 완벽하고 충실한 제도를 꾸려나갈 수는 없다. 근로장려세제가 향후 적용대상과 급여수준을 점차 확대하여 우리나라의 근로연계형 복지제도의 틀을 갖추어 나가는 데 기여하기 위해서는 처음에는 작더라도 신뢰성이 있는 제도로 시작할 필요가 있다.
적용대상ㆍ급여수준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옛 속담이 있듯이 제도의 안정적인 도입과 발전을 위하여 차근차근 제도를 운영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근로장려세제를 저소득층의 빈곤탈출을 지원하는 일반적인 소득지원제도로 확대ㆍ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며, 소득파악 노력을 지속하면서 적용대상과 급여수준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올해 근로장려세제 도입 관련 법안이 입법화되면 2007년 소득을 기준으로 한 1단계 근로장려금 급여가 2008년부터 지급되게 된다. 현재 정부는 근로장려세제의 안정적인 도입을 위한 세제ㆍ세정 개선노력을 병행하면서 도입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근로장려세제는 일을 하고 있지만 고용이 불안정하고 소득이 낮아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근로빈곤층에게 현금급여를 제공함으로써, 현재의 빈곤상태를 완화시키거나 빈곤화를 예방하는 새로운 사회안전망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또한 기존 소득세제는 납부할 세금이 있는 납세자를 대상으로 감면제도를 운영하기 때문에 저소득자 지원에 한계가 있는 데 비하여 근로장려세제는 면세점 이하의 근로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조세제도를 통한 소득재분배의 효과를 크게 증가시킬 것이 기대된다. 또한 아동을 부양하는 가구에 대해 지원함으로써 근로빈곤층에 대한 소득지원 외에 아동빈곤 완화 목적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근로장려세제를 도입하여 정착시키는 데에는 앞으로 많은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첫술 밥에 배부를 리 없듯이 엄격한 제한요건하에 필요 최소한으로 시행되는 근로장려세제가 근로유인과 소득지원에 다소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과 발전을 위하여 모든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