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혁명과 더불어 ‘고용 없는 성장’이 보편화되면서 세계 각국은 인력개발과 규제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적극적인 규제완화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일반화되었다. FTA를 통해 규제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려는 노력도 한창 진행 중이다.
국제적인 추세에서 우리 경제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경제에 대해 ‘거시지표는 양호하지만 경제의 활력이 낮다’고들 말한다. 이 말의 정책적 의미는, 거시지표관리도 중요하지만 당장 시급한 정책은 규제완화 등 구조개선 시책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대내외적 상황 속에서 고령화ㆍ저출산 등 미래의 위험요인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기 위해서는 성장잠재력의 확충이 시급한 실정이다. 국내 창업ㆍ투자 둔화 추세를 반전시켜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서는 창업에서 퇴출까지 기업환경 전반을 개선하는 획기적인 대책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아래, ‘기업환경 개선 종합대책’을 수립하게 되었다.
서울 공장용지 비용 파리의 9배
‘기업환경 개선 종합대책’은 그간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활성화’를 위해 참여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기업환경 개선 노력의 연장선상에 있다. 정부는 2004년 8월 규제개혁기획단을 설치하여 덩어리 규제를 완화해 왔으며 그해 7월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 12월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 2005년 6월 ‘중소기업 금융지원체계 개편방안’ 등을 통해 중소ㆍ벤처 기업 지원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이와 함께 올해 2월 일자리 만들기 당정공동특위를 구성하고 8차례의 논의를 거쳐 기업투자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으며, 수도권에 대해서도 ’03~’05년 중 삼성, LG, 쌍용, 외국인투자기업들의 약 67조원 규모의 투자 등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대기업 투자를 허용해 왔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지속적인 규제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국민들이 느끼는 규제개혁의 체감도는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갤럽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신속한 후속조치가 부족하고 규제 집행절차나 공무원의 집행행태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세계은행(WB)도 2005년 각국의 규제품질 평가 시 과잉규제 등을 이유로 우리나라를 58위로 평가한 바 있다.
지표상으로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예를 들어, 대도시 공장용지 가격은 평당 200만원을 넘어서 서울의 경우 파리의 9배, 암스테르담의 3배 이상 수준이며, 인건비도 홍콩ㆍ싱가포르 등 경쟁국에 비해 높다.
중소기업의 경우 인력 부족률이 6%를 상회하는 등 전문인력은 물론 생산인력 확보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 채용도 제한되어 있어 불법 체류자 고용이 많은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창업ㆍ공장 설립, 외자유치 등의 측면에서 활력이 둔화되어 있다. 내수경기 부진, 입지규제 등으로 제조업의 경우 연도별 신설법인수(제조업)는 2003년 1만2,445건, 2004년 1만1,078건, 지난해 9,435건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반면 자동차ㆍ1차금속 등 국내 핵심 제조업의 해외이전이 지속되고 있으며 매년 이전규모도 증가하고 있다. 또한, 외국인직접투자(FDI)도 OECD 기준으로 지난해 43억달러로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규모 자체도 홍콩ㆍ싱가포르의 1/7~1/8 수준으로 경쟁국에 비해 상당히 낮다.
친기업적 기업환경 조성에 중점
이번 종합대책은 ‘세계 10위권의 선진국형 기업환경 구축’이라는 목표 하에, 고임금, 고지가, 인력부족 등 고착화되어 가고 있는 구조적 요인을 개선하고 법률ㆍ세제ㆍ금융ㆍ물류 등 핵심 경영 인프라를 선진화하는 등 ‘고비용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친기업적 기업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러한 기본방향 하에 정부는 10대 부문 115개 과제를 마련하였는데, 몇가지 사항을 소개하고자 한다
창업과 투자의 모멘텀 마련
’07년부터 한시적으로 비수도권 지역에서 창업하는 기업에 한정하여 설비투자의 10%를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창업기업에 대해서는 12종의 부담금을 3년간 일괄 감면할 것이다. 또한 아일랜드처럼 평당 연 5천원으로 50년간 임대해 주는 임대전용 산업단지도 140만평 추가 공급할 계획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창업과 투자의 모멘텀을 살리고자 하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공장설립ㆍ입지제도의 혁신
개별기업이 수행해 오던 사전환경성 검토 같은 까다로운 사전절차를 이제는 시장ㆍ군수가 수행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이며 또한 한번 방문으로 ‘신청에서 승인까지’ 모든 공장설립 절차를 도와주는 일괄대행체제를 구축할 것이다. 그간 공장설립이나 개발사업의 중단요인이 되었던 문화재 조사제도도 개선하여 기업의 불필요한 부담을 경감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행정서비스의 혁신 유도
기업과 직접 대면하는 행정현장의 서비스 개선을 위하여 지방행정서비스의 혁신을 유도해 나갈 것이다.
지자체의 최적 기업지원서비스 모형을 도출하여 지역혁신박람회 등을 통하여 전파해 나가는 한편, 지방교부세, 공공자금관리기금의 지방채 인수, 균형발전특별회계 사업예산 등 중앙정부의 각종 재정지원제도를 창업ㆍ공장 유치실적 등 기업환경 개선 실적에 따라 차등화할 것이다.
법률 인프라의 선진화
국가 간 경쟁이 ‘요소투입 경쟁’에서 ‘시스템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인식 하에 기업법률 인프라도 선진화해 나가려 한다. 중소기업 등이 보유한 동산도 담보로 활용할 수 있도록 포괄적인 동산담보제를 도입하고 중소기업 등의 장기금융기회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저당권 유동화 제도의 도입을 추진할 것이다.
또한 기업이 투자결정을 신속히 해결할 수 있도록 기업의 법률 관련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할 수 있는 ‘사전심사청구제’(No Action Letter)를 도입하여 기업의 법률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해 나갈 것이다.
이 밖에도 이번 ‘기업환경 개선 종합대책’은 원활한 인력공급, 중소기업 금융 선진화, 기업과세 합리화, 환경 규제개선 등 기업환경 전반에 걸친 폭넓은 지원책을 포함하고 있다.
후속점검ㆍ기업협의 통해 ‘살아 숨쉬는 계획’으로
이번에 마련한 115개 과제는 단기ㆍ중기ㆍ장기 과제로 구분하여 반기별로 추진사항을 점검할 계획이다.
단기과제(69개)는 고시 제정 등 시행절차가 비교적 간략한 과제로서 금년 말까지 실행에 옮길 것이다. 중기과제(30개)는 구체적인 시행방안이나 법개정이 필요한 과제로 ’07년도 말까지 시행하고, 나머지 16개 과제는 장기과제로서 참여정부 임기 내에 입법조치 등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한 기업환경 개선을 위해 정부와 기업 간에 ‘상시적 의사소통의 장’을 마련하였다. 경제5단체와 월 1회 정례협의를 통해 기업환경 개선방안의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추가적으로 개선ㆍ보완할 사항이 있는지 의견을 수렴해 나갈 것이다.
지난 10월 11일 1차 회의를 개최하여 동 방안이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후속 조치사항에 대해 중점 협의하였다. 이번 대책이 경제활력을 북돋우는 계기가 되도록 앞으로 정례 협의를 내실 있게 운용할 계획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수렴된 기업의 건의사항 등은 ‘기업환경 개선 종합대책’에 반영하여 정책적으로 반영해 나갈 것이다. 이번 대책이 새로운 환경변화와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평가ㆍ보완하여 연동계획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또한 정부는 이번 종합대책의 연계대책으로 11월에는 원ㆍ엔화 환율 하락에 대응한 ‘수출 중기(中企) 지원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연내에는 ‘서비스업 활성화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민주화ㆍ선진화와 함께 정부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도 다양해지고 있다. 기업환경 개선보다는 국민생활의 질 개선이나 양극화의 해소가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어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주장들이라고 본다. 이러한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금은 기업환경 개선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이번 종합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어렵게 마련한 대책인 만큼, 시장에서 성과가 반드시 나타날 수 있도록 사후서비스 노력을 한층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시장에서 투자와 고용의 주체는 기업이다. 정부가 애써 내놓은 대책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항도 있을 것이다. 규제완화나 투자환경 개선은 기업이 투자의사를 결정하는 데 필요조건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의 개선에 적극 나서는 것이다. 그러나 충분조건은 기업이 적극적으로 수익모델을 개발하고 창의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다. 도전과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선제적인 투자와 창의적인 경영전략을 펼쳐 나가는 것이 마지막 남은 과제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