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비전을 정하고 연구하는 것은 물론 아직 오지 않은 상태로서의 미래에 대한 연구인 미래학과는 다르다. 미래학은 ‘인간생활과 세계에서의 가능한 변동들을 찾아내어, 비교ㆍ분석하고 평가하는 활동의 한 분야’로 정의된다. 그러나 좀더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미래를 연구한다는 것은 ‘사회적 또는 세계적 차원에서 가능한 미래들을 예측하여 최선의 선택(desirable future)을 하고, 그러한 미래가 전개될 수 있도록 자원 동원 및 구성원들의 노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렇게 본다면 국가비전과 전략의 수립은 바로 적극적인 의미의 미래학의 한 분야로서, 주어지는 미래에 대한 수동적인 대응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의 삶을 능동적으로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왜 비전이 필요한가
지금 세계의 경제환경은 세계화와 기술패러다임의 변화, 중국을 포함한 BRICs 국가들의 부상 등으로 인하여 소위 ‘유동적 다극화 시대’의 불확실성 속에 놓여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가 간의 전략경쟁은 더욱 격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국가적 비전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자국의 여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많은 국가들이 혁신기반 성장 전략과 함께 소득 계층 간ㆍ지역 간 격차의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 인프라 확충, 고용창출 전략 등 나름대로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비전과 전략의 수립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 30여년 동안 안정적으로 소득2만달러권에 진입에 성공한 국가들의 경우, 국가별로 차이는 있으나 인적자원 육성과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국내 제도를 정비하고, 과감한 개방화를 통해 해외의 인적ㆍ물적 자원을 국내로 흡수하는 적극적 대외지향적 발전전략을 펼쳐왔다. 이와 함께, 사회복지체제를 정비하여 개방 및 각종 제도개혁에 대한 경제의 수용력을 증진하였으며, 내적 이해갈등을 조정하고 사회전체의 집단적인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여 성공적인 국민적 합의과정을 거쳐왔다.
현재 우리나라는 경제적 요인과 기타 삶의 질을 구성하는 사회문화적 제반 요인이 복잡하게 맞물려 경제ㆍ사회ㆍ문화적 성과를 함께 결정하는 발전 단계에 도달해 있으며, 근래의 국내외 여건변화가 이러한 양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같은 경제개발 일변도의 국가발전을 지양하고, 이들 문제를 포괄할 수 있는 보다 종합적인 시각에서의 새로운 국가발전 모형의 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래의 불확실성이 클수록 비전과 전략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통적으로 국가의 역할보다는 시장의 역할을 강조해 온 미국ㆍ 영국 등을 포함한 세계 각국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대응을 강화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화의 진전으로 변화된 정치경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각국의 비전과 전략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통적으로 국가의 역할보다는 시장의 역할을 강조해 온 미국, 영국 등의 강대국의 국가 전략과 더불어 작은 경제 규모에도 불구하고 최근 건실한 경제성과를 창출하고 있는 강소국에 대한 사례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이에 우리의 발전 단계와 대내외 정책환경을 고려해 볼 때, 유럽의 대표적 강소국인 핀란드ㆍ아일랜드ㆍ스웨덴 등과 아시아의 대만ㆍ홍콩ㆍ싱가포르 등의 국가들은 우리나라 특성에 적합한 체계적 전략의 개발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외부환경의 변화
지금 지구촌 경제는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 다국적기업의 세계화 전략, 정보화 혁명 등으로 단일시장으로의 통합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개방화ㆍ민영화ㆍ시장주의를 위시로 한 신자유주의 경향은 선진국에서는 성공요인이지만, 개도국에서는 실패요인이 될 수도 있다.
세계화 및 세계경제 통합의 지속적 진전
이러한 단일시장 통합으로 인한 압박이 개별 국가의 제도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우선 경쟁에 기초한 시장경제시스템이 범세계적 경제질서로 확립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유연한 경제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모든 국가들의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었고, 세계자본 유치를 위한 국가 간 경쟁이 격화됨으로써 공공 인프라와 서비스 개선, 조세 감축 등 공적 부문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이 촉진되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금융자본의 세계화가 지속됨에 따라 세계 경제의 공조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주로 미국의 쌍둥이적자(Twin deficits) 문제인데, 이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단기적으로는 무역수지와 환율과 관련된 국가 간 갈등이 심화되고, 중기적으로는 국제 정책공조체제가 위협받게 되며, 장기적으로는 국제경제체제 변환 등 세계경제의 심각한 조정기 국면이 초래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미국의 ’04년 말 정부부채의 GDP 비율은 63.7%로 ’9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였고, 경상수지 적자가 ’97년 GDP의 1.5%(1,280억달러)에서 2004년 5.7%(6,681억달러)로 급증한 것을 보면, 현재의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 및 기타 BRICs 국가의 부상
중국의 급성장에 힘입어 아시아권 경제력은 2020년경 미국ㆍ유럽에 근접한 수준으로 신장할 것이며, 우리나라와의 경제적 연계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제규모가 현재는 일본의 1/3 수준이나 전면적 소강(小康)상태를 달성하는 2020년경에는 일본을 상회할 것이며, 아시아권내 중국의 정치ㆍ경제적 지위도 급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함께 대만ㆍ말레이시아ㆍ태국 등 소위 Dynamic Asian Economies(DAE)도 안정적인 고성장을 지속하여 2020년경 DAE의 소득수준은 OECD 평균의 약 1/2~3/4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OECD는 전망하고 있다.
중국의 부상과 함께, 최근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 등도 시장경제로서의 체제전환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산업화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예견된다. BRICs 4국은 세계인구의 42.6%, 면적의 28.7%를 차지하고 있으며 2050년에 이르면 세계경제 규모의 순위가 중국ㆍ미국ㆍ인도ㆍ일본ㆍ브라질ㆍ러시아 순으로 될 것으로 전망도 나오고 있다. BRICs 국가들은 2010년대 초에 이르면 세계 정치경제의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 각각 또는 하나의 동질적 이해 집단으로서, 3극권 국가에 버금가는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사회경제적 변화
정보통신기술에 이어 바이오, 나노, 신ㆍ재생에너지 등 새로운 분야의 기술혁신으로 과학ㆍ기술ㆍ산업의 융합 및 기존 산업의 ‘창조적 파괴’ 과정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나노기술(NT), 이오기술(BT), 정보기술(IT), 인지과학기술(CT ; Cognitive Technology) 등 상호 밀접히 연계되어 있는 4대 기술 축에 기초한 소위 ‘NBIC 융합기술’이 미래 과학기술과 산업의 발전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NBIC는 새로운 산업혁명에 비견될 정도의 폭발력을 갖고 있으며, 예측조차 어려운 규모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기술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세계 산업계는 시장을 과점하는 소수의 글로벌 기업과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특화기업군으로 재편되고, 여타 기업의 입지는 계속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범세계적인 시장구조조정에 대비한 국가 차원의 산업기술 발전전략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것이다.
ICT의 발달로 21세기의 사회구성은 보다 분권화된 수평적 분업체제에 기반한 ‘대중참여사회’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게 되면 생산과 교역의 방식, 문화소통 방식, 환경 문제에 대한 대응 방식, 정치ㆍ사회적 참여 방식 등에서도 획기적인 변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미 과거의 대량생산ㆍ대량소비 체제, 그리고 수직적 통제 시대에 형성된 제도들은 새로운 기술ㆍ경제 패러다임과 괴리를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비정합성이 커지면서 제도개혁에 대한 요구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의 장기 전망과 주요 변수
세계화, BRICs의 부상, 과학기술 변화 등과 같은 추세는 대세로서 진행될 것이 확실하다. 문제는 이러한 추세의 결과 발생하는 또 다른 변인들 그리고 이들과는 독립적으로 전개되는 다른 변인들로 인해서 궁극적인 변화의 양상에는 커다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경제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볼 때, 세계경제는 앞으로 2030년경까지 19세기 이래 제3차 장기호황(long boom) 국면에 접어들어 연평균 약 4%(1인당 소득 기준 3%)의 성장을 실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OECD는 90년대 이후, 세계경제에서 나타나고 있는 기술변화, 생산요소시장, 제도, 경쟁 환경, 변화에 대한 열망(aspiration) 등의 역동성을 바탕으로 향후 2020~30년까지 제3차 장기호황을 달성할 수 있다고 적시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되려면 국가(national)ㆍ지방(regional)ㆍ국제적(inter-national) 모든 차원에서 통상ㆍ교육ㆍ복지제도 그리고 정책 결정과정 등에 관한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기 위한 심층적인 제도혁신(institutional innovation)이 필수적이다.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정성과 소득격차 문제 그리고 환경문제 등에 대한 주요국들 간의 긴밀한 정책 공조가 또 다른 관건이 된다.
먼저, 장기호황을 위해서는 특히 국가 간 및 각 국가 내 양극화 및 사회적 해체(fragmentation)의 위협에 대한 성공적인 대응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20세기 산업화 시대를 돌아보면 국가 간의 경제성과에는 수렴과 양극화/발산의 두 가지 경향이 혼재하였다. 예를 들면, 신흥 개도국인 동아시아국가들은 선진국에 대한 격차를 줄인 반면, 남미ㆍ아프리카 등의 국가는 그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즉, 전반적으로 세계경제는 고도성장을 유지할 것이나, 각국의 첨단기술 개발과 수용 여부, 변화에 부응하는 내부 제도개혁 성과에 따라 국가 간 경제성장 격차는 향후 상당기간 동안 계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 간 성장격차의 확대와 함께, 대다수 국가들에 있어서 경제주체 간의 성과 격차와 소득 불균등 역시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세계시장의 통합과 기술 혁신의 혜택이 선진국의 일부 계층에 집중되는 경향이 심화되는 추세이며, 이로 인해 다수 계층의 상대적 박탈감 문제가 앞으로 세계화와 기술혁신의 진전을 위협할 가능성도 있다.
세계경제의 장기호황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한편으로 이러한 국가 간 그리고 국가 내 성과 격차 확대 위협에 대응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혁신과 창의성, 다양성을 촉발하고 동시에 급격한 변화의 부작용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형태와 의사결정기제,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지구촌 경제 통합으로 초국가적 정책공조의 필요성이 증가하므로 장기적 관점에서 초기관적 연합체(trans-institutional coalition) 및 범지구적 지배구조의 구축이 주요 변수로 대두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성격의 초국가(super-national) 기관이나 국가내의 지방(sub-national) 정부들이 종래의 주권국가와 함께 주요 정책결정의 권한과 책임을 분담하는 구도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상당한 갈등과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의 당면 과제와 새로운 패러다임의 필요성
한국경제는 60년대 이래 압축 성장 과정을 통해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등 세계 역사상 유례가 드문 획기적인 발전성과를 이루었다. 그러나 아직 1인당 소득은 물론 문화ㆍ사회적 성숙도, 삶의 질, 국제적 위상 등 여러 면에서 선진국과 상당한 발전 격차를 보이고 있다.
성장을 통한 문제 해결 방식의 한계
이러한 우리의 발전격차는 경제사회 환경에 관한 기존 제도 전반의 질의 낙후성, 즉 제도격차 문제를 반영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재 선진국에 대한 ‘발전격차’ 자체가 아니라,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에 직면하여 앞으로 이러한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외환위기라는 충격이 있기는 했지만, 1인당 GDP가 최근 11년째 1만달러대에 정체되어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외국의 사례를 볼 때, 소득 1만달러대의 정체기간이 길더라도 호주의 경우와 같이 구조조정에 확실하게 성공할 경우는 장기ㆍ지속 성장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지만, 현재 우리의 상황은 성공을 쉽게 낙관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저성장 속의 양극화’, ‘급격한 저출산ㆍ고령화’ 추세 속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불안감은 안정 성장은 물론 삶의 질 개선에 대한 위기의식을 반영하며, 미래에 대한 이러한 부정적 심리는 다시 저출산, 저소비, 저성장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형성하게 된다.
실제 상당기간 우리의 화두가 될 문제는 다음의 네 가지로 집약할 수 있으나, 과거 개발연대와 같은 성장 중심의 문제해결 방식으로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1) 안정성장 기반 확충, 생산성 제고
2) 사회격차ㆍ갈등 완화/해소, 사회적 연대 강화(social cohesion)
3) 치안 및 안보 문제를 포함한 삶의 질, 복리(well-being) 제고
4) 새로운 가치관, 국가상, 정체성 정립
우선, 추세적 사건으로서 잠재성장률 자체가 하락하고 있으며, 성장률을 중ㆍ단기간 내에 끌어 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산업구조가 성숙됨에 따라 투자기회가 줄어들고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출산율 저하 및 고령화, 근로시간의 단축 등 노동공급의 증가도 둔화됨에 따라 요소투입 중심의 성장은 지속되기 어려운 여건이다. 기술혁신 능력과 제도의 질 등에 의해 결정되는 총요소생산성도 중ㆍ단기간 내에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둘째, 성장 자체의 국민경제적 파급효과가 하락하고 있다. 경제전반에 대한 성장의 ‘물흐름 효과’(Trickle-down effect)가 약화되어, 성장률을 높여 고용불안, 분배악화 및 빈곤문제에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미 지식기반경제로의 급속한 전환에 따른 산업구조 변화와 경기 변동성 강화로 인해 성장의 일자리 창출 효과는 크게 감소하였고, 성장의 과실이 경제의 선도그룹ㆍ계층에 집중되어 성장률과 상관없이 빈곤계층이 상존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기대 이상의 고성장을 실현한다고 하더라도 경제성과에 대해 불만을 갖는 집단이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일반적인 소득수준 상승으로 경제적 욕구와는 별도로 ‘삶의 질’에 관련된 다양한 사회적ㆍ문화적 욕구 증대에 따른 정책적 대응의 필요성 증가이다. 국민 다수의 소득이 이미 최저생계는 물론 최저문화(minimum cultural life) 수준 이상으로 상승한 단계에서, ‘자기실현’ 및 ‘사회적 역할’에 대한 욕구 충족이 경제적 욕구 못지않게 삶의 질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특히, 경제적 욕구 충족은 어느 정도 총량적 접근이 가능한데 반해 사회문화적 욕구는 개별적인 접근이 필요한 과제로서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인 한반도의 안보정세 문제인데, 극히 유동적인 국제정치 역학관계 하에서 우리의 경제력 확충만으로 해결하기 곤란한 문제라는 점이다. 따라서 성장촉진 정책과는 별도로 새로운 안보환경에 적합한 국제공조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외교ㆍ안보ㆍ문화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강소국 모델의 중요성
이러한 배경 아래서 우리가 취해야 할 전략은 무엇인가? 지난 반세기 동안 혁혁한 경제발전 성과를 이루면서 이미 우리는 여타 개도국들이 벤치마킹하고 있는 하나의 발전 모델을 제시하였다. 현재 주어진 상황을 타개해 나가면서 또 하나의 발전 모델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으나 이러한 작업을 위해서는 다른 선진국들이 채택하고 있는 여러 형태의 발전 모델을 교훈 삼아 우리의 비전과 상황에 적합한 국가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경제강국인 G7 국가는 정부의 강한 리더십과 친기업적 조세개혁, 개방화ㆍ민영화ㆍ규제완화 등을 적극 추진하면서 이미 80년대에 소득2만달러에 안착하였다. 여러 선진국들도 과거 오일쇼크, 과도한 복지지출, 노사갈등, 세계화 등으로 인해 장기침체나 성장이 주춤한 시기는 있었으나, 사회적 갈등의 생산적 관리 체계를 구축하여 사회안전망과 소득재분배를 통한 갈등의 상생적 전환으로 국민 합의 도출에 성공, 지속적인 개혁해 올 수 있었다. 이를 토대로 적극적 개방에 의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노동유연성 확보와 고급핵심 인력의 개발 및 유치 등을 통해 성장동력의 기반을 마련해 온 것이다.
90년대 이후 신흥 경제강국으로 각광받고 있는 유럽 강소국은 80년대의 경기침체 및 극심한 노사갈등으로 인한 경제위기를 노사정 대타협을 통한 성공적인 사회적 합의시스템을 구축하여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였다. 특히 적극적인 대외개방을 통해 해외자본과 핵심 인력유치를 위해 국내의 교육체계 혁신 및 과감한 규제완화, 인프라 지원 정책을 추진하였다. 이들 국가의 성공요인은 대외환경 변화에 따라 경제주체들의 사회적 합의 하에 국가 역량을 전략적으로 선택과 집중에 의해 배분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데에 있다. 이는 자원과 경제규모의 한계를 능동적이고 유연한 사회시스템으로 극복하고 세계경제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외적ㆍ내적 환경을 고려했을 때, 강소국은 우리나라가 미래를 대비할 계획을 세우는 데에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강소국들은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의 국가로, 외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계속적인 변화와 적응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외적 환경과 빠르게 변해가는 사회ㆍ경제의 내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소국들이 어떤 전략을 사용하여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한국의 미래전략을 고민하는 데 중요한 힌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