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재정에서 국가채무만큼 논란이 많은 이슈도 없는 듯하다. 한편에서는 국가채무가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이므로 걱정할 사안은 아니라고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국민 한 사람이 부담해야 하는 나라 빚이 600만원이 넘는다는 등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심지어 ‘빚더미 공화국’이라는 무시무시한 표현을 사용하여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우려할 만한 수준인가? 최근 국가채무 규모가 증가한 이유는 무엇인가? 국가채무 규모의 논쟁에서 벗어나 새로이 국가채무의 효율적인 관리방안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국가채무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급증
국가채무란 쉽게 생각해 보면 정부가 진 빚을 말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빚’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규정하기가 쉽지 않아 국가채무의 포괄범위에 대해 논란이 생길 수 있다. 과연 공기업도 정부인가? 정부의 보증채무도 빚에 포함되는 것인가?
이에 정부는 재정통계에 관한 국제 기준인 IMF의 GFS(Government Finance Statistics)에 따라 국가채무를 집계하고 있다. 국가채무는 ‘일반정부가 직접적으로 상환의무를 지는 확정채무’로 정의된다.
일부에서 공기업채무, 정부의 보증채무, 한국은행의 통화안정증권 등을 국가채무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IMF 기준에 따른 국가채무 개념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넓은 의미의 공공 부문 및 잠재적인 채무까지도 국가채무에 포함하여 재정을 건전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국제 기준에 따라 작성한 정부의 국가채무 통계를 부정하고 불신하는 것은 이와는 매우 다른 문제이다. 오히려 정부 재정의 신뢰도를 근거 없이 손상시키고 국가 신인도 등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장래 국가의 채무 부담이 될 수 있는 요소에 대해 사전적으로 점검하고 관리할 필요성은 존재한다. 추후 정부 · 국회 · 재정전문가 간의 협의를 통해 국제적 기준의 국가채무의 정의에서는 벗어나지만 장래 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을 모아 새로운 관리계정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국가채무와 별도로 공공 부문 채무의 개념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 국민들은 빚지기를 참 싫어하지만 과연 빚이 나쁘기만 한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갑작스럽게 가계 경제에 위기가 닥친 철수와 영희.
철수는 부모님의 건강관리, 아이들의 교육 등을 모두 포기하고 지출을 줄여 위기를 모면했다. 하지만 몇년 후 부모님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어 다시 경제적 위기가 닥쳤으나, 교육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아이들은 저임금의 덫에 빠져 가계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반면, 영희는 빚을 지면서 부모님의 건강관리와 아이들 교육에 지출하였다. 몇년이 지난 후 아직 갚아야 할 빚은 남아 있지만 부모님은 건강하고 교육을 제대로 마친 아이들은 가계에 경제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조만간 빚을 청산하고 다시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정부도 일부 빚을 지더라도 경제위기를 신속히 극복하고 미래에 대비하는 투자에 활용한다면 중장기적으로 국가경제 발전 및 국민생활 안정에 기여하는 것이 아닐까 ?
국가채무, 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 수준
국가채무가 논란의 대상으로 부상한 것은 국가채무 규모가 증가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국가채무가 증가했을까?
최근 국가채무 증가의 대부분은 과거 외환위기 극복을 위하여 투입한 공적자금의 상환,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재원 조달 등에 기인하며, 우리 국민경제의 활성화를 위하여 불가피하게 발행되었다. 재정적자 보전을 위해 채무를 발행하는 외국과는 다른 특수한 사정이 있었다.
우리 경제는 1997년 전례 없는 경제위기를 겪게 되었고 정부는 조속한 위기 극복을 위하여 공적자금 투입, 기업구조조정 등 각종 조치들을 도입하였다.
이들 조치의 실행을 뒷받침해 준 것이 바로 매우 건전하게 운영되고 있던 정부의 재정이었으며, 재정의 도움으로 우리는 경제위기를 빠른 기간 안에 극복하고 다시 정상적으로 경제를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정부는 이 때 투입된 공적자금 중 회수되지 못하여 결손이 생긴 부분을 국가채무로 부담하게 되었고, 이는 2007년 예산안 기준 53조원으로 전체 국가채무의 17.5%를 차지하고 있다.
외환위기를 벗어난 우리 경제는 부진한 내수경기 속에서도 큰 폭으로 증대되는 수출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다. 따라서 수출경쟁력에 직결되는 환율안정은 매우 중요한 정책과제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를 발행하여 외환시장에서 급격한 환율변동을 막아내고 있다. 이는 2007년 말 기준 89조7천억원으로 전체 국가채무의 29.6% 수준이 될 전망이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2007년 정부 예산안까지의 국가채무 증가요인을 분석해 보면, 국가채무 증가의 대부분인 78%가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공적자금의 국채전환, 외환시장 안정용 재원조달,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국민주택채권 발행에 기인함을 알 수 있다.
이른바 적자 국채로 언급되는 일반회계 국채 발행 규모는 33조원 수준으로 전체 중 19%에 불과하다. 또한 일반회계 국채 33조원 중에서 약 7조원은 공적자금 원리금 상환을 위해 지원되었고, 나머지는 성장동력 확충 등 미래대비 투자에 사용되었다.
우리나라 국가채무가 과연 관리 가능한 수준인지 여부는 다른 국가와의 비교, 중립적인 기관의 평가, 상환자산 보유 여부 등 여러 가지로 판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국제적으로 우리나라 국가채무 규모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2005년 기준으로 OECD 회원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의 평균이 78% 수준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30.7%로 약 1/2 수준에 불과하다. 유럽연합 통합 당시의 마스트리히트(Maastricht) 조약은 국가채무비율이 60% 이하인 경우 재정이 건전한 것으로 판단한 바 있다.
또한 국제신용평가기관인 Fitch, S&P, Moody's 등으로부터 재정건전성에 대하여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05년 말 기준 우리나라 국가채무 248조원 중 융자금 회수 · 자산매각 등 자체 상환이 가능한 금융성 채무가 147조1천억원으로 전체의 59.3%를 차지하고, 세금 등 국민 부담이 될 수 있는 적자성 채무는 100조9천억원으로 40.7%임을 감안할 때, 내용면으로도 건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정부는 2005년 말 금전채권 131조원을 포함하여 총 395조원 수준의 자산도 보유하고 있음을 감안하여야 한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체계적으로 관리
정부는 저출산 · 고령화, 통일 등 미래 재정수요에 대비해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해야 함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국가채무를 재정에 부담이 되지 않는 적정한 수준에서 적극 관리하고자 한다.
우선 탈루소득 발굴, 비과세 · 감면 정비 등을 통해 세입기반을 지속 적으로 확충하고 불요불급한 세출에 대하여 구조조정을 실시하여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할 계획이다.
또한 내년부터 시행되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국가채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자 한다. 국가채무관리계획을 작성하여 국회에 제출하고 재정부담이 수반되는 법령의 제 · 개정 시에는 기획예산처와 사전 협의토록 하여 무분별한 지출소요 증가를 억제할 계획이다. 추경 요건을 구체화하여 꼭 필요한 경우에만 추경을 편성하고, 세계잉여금은 국가채무를 상환하는 데 우선 사용토록 의무화하였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규모에 대한 논란은 정책적인 시각에서 이루어지기보다는 정치적인 의미가 컸던 것 같다. 특수한 사정으로 인하여 불가피하게 국가채무가 증대된 것이 우리 재정의 현실이라면, 이제는 국가채무의 지나친 증가를 방지하고 국가채무관리계획을 수립하여 국가채무에 따른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국가채무로 마련된 재원이 반드시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사용되어 우리 경제 및 사회에 채무 발행에 따른 비용 이상의 혜택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늘 재정사업에 대한 성과를 확인하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또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국채시장을 육성하고 국가채무 관리를 위한 선진기법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건전한 국채시장 육성은 연기금 · 보험사 등의 장기자산운용기관의 투자수요를 충족시키는 등 우리 금융시장의 안정과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선진적인 국채관리 기법을 도입하여 이자비용의 부담을 줄이고 만기구조 조정 등 국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다양한 국채 상품을 발행하여 효율적인 국가채무 관리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