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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타낡은 의료법 수술대 오르다
김강립(보건복지부 의료정책팀장) 2007년 04월호
의료법은 의료인이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사항을 정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시키기 위한 법률로 1951년에 「국민의료법」이란 이름으로 정부수립 이후 221번째 만들어진 역사가 아주 오래된 법률이다. 1962년에 「의료법」으로 명칭이 바뀌고 1973년에 전면 개정된 후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73년의 전면개정 이후 현재까지 34년간 법률의 기본골격을 유지하면서 필요에 따라 임시방편적으로 28회에 걸쳐 부분개정되는 데 그쳤고, 의료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시절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국민의 의료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들을 마련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규제가 과다한 측면이 있었다. 현재는 이러한 과도한 규제가 의료계의 경쟁력 강화와 발전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그 외에 법률체계에 있어서도 가지번호가 붙어 있는 조문이 24개에 이르고, 전문의ㆍ전문간호사 등 의료인 관련 규정이 의료인에 관한 부분이 아닌 보칙에 규정되어 있는 등 법률의 체계성이 떨어져 전면적으로 재정비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또한 지난 30년간 우리의 의료는 양과 질적인 면에서 엄청나게 성장하였고, 경제 또한 발전하면서 국민생활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국민들의 의료수요에 대한 욕구도 다양화되고 높아졌음에도 변화된 국민의 욕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34년 전 만들어진 법률체계로는 이러한 변화된 욕구를 따라가기 매우 어렵게 되어 이제는 전면적인 변화를 시도할 시점에 다가온 것이다.

이에 낡은 모습을 하고 있는 의료법을 전면적으로 개정하여 국민이 편리하게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의료인과 의료기관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하게 개선하여 의료서비스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낡은 의료법을 전면적으로 개정하게 되었다.


불합리한 규제를 크게 줄여
정부가 법률을 개정하는 과정을 보면 통상적으로 법률개정안을 만들어서 20일 이상의 입법예고 기간 동안 국민과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한 뒤 정부 내 입법절차를 진행하여 국회에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에 준비한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해 8월부터 보건의료단체와 일부 시민단체의 대표를 포함한 15명의 실무작업반을 구성하여 5개월 동안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정부 입법과정에서 별도의 의견수렴과정을 거친 이유는 의료법의 경우 각 의료단체의 이해관계에 민감하고 국민의 의료권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므로, 사전에 각 단체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좀 더 현실에 부합하고 수용성 있는 법률안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이러한 협의절차를 통하여 최대한 합의를 끌어내려고 하였으나, 현행 규정보다 30여개 이상의 조문이 늘어나고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의료법 개정안의 모든 조문에 대해 완전하게 합의를 이룬다는 것은 인간의 영역 밖의 일이었다.

이번 전면개정을 통하여 담고자 하는 개정방향은 다음 세 가지이다. 첫째는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의 편의를 증진하는 것이다. 즉, 국민이 의료기관을 이용하면서 민원을 제기해왔던 불편사항을 개선하고, 의료기관 내에서 환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여 규제를 강화하였다.

둘째는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를 대폭적으로 완화하는 것이다. 의료인과 의료기관이 의료행위를 하는 데 있어 가급적 자율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개선하여 경쟁력을 높이고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의료서비스산업이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셋째는 그동안 부분적인 개정만이 이루어져 전체 법률체계가 일관성있게 정리되어 있지 못한 점을 개선하여 체계적인 의료법을 만드는 한편, 법률에 규정되어야 할 부분이 빠져 있는 사항도 개정안에 포함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개정의 기본방향은 변화된 의료환경에 부합할 수 있는 의료법을 만들자는 데 있다.


양ㆍ한방 동시진료 등 환자에게 편리해져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 중 국민 편의 차원에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는 양방과 한방이라는 두 가지 진료체계를 갖추고 있으나, 양방과 한방은 각각 별도의 병원을 운영하도록 의료법에 규정하고 있어 양방과 한방진료를 동시에 받을 경우에는 두 개의 의료기관을 각각 찾아야 했다. 의료법 개정안에는 병원ㆍ종합병원ㆍ한방병원에서 양방과 한방진료가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선하여 두 개의 의료기관을 각각 방문하는 불편이 해소되고, 의료기관도 양ㆍ한방 협진으로 더 좋은 의료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국민들이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치료분야는 그 비용에 대한 관심이 지대함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으로 알 수 없었으나, 의료법 개정안에는 이와 같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에 대해서는 병원 내에서 여러가지 방법으로 환자에게 진료비용을 알려주도록 개선하였다.
또한, 고혈압ㆍ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 환자나 장애인 또는 정신질환자라 할 지라도 동일한 질병으로 처방전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병원을 반드시 방문해야 했으나 개정의료법에서는 의학적으로 위험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보호자가 환자를 대신하여 처방전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 의료접근성을 강화하였다.

그리고 의료인들이 환자나 보호자에게 질병상태와 치료방법을 설명해주도록 의무화하여 환자가 자기 질병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을 들은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여 자기결정권을 강화하였다.


프리랜서 의사 진료 가능해져
의료법 개정으로 의료기관의 의무가 일부 강화되는 측면이 있지만 의료인과 의료기관에 좋아지는 내용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주요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않은 의사도 프리랜서 의사로서 여러 병원을 순회하면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현재 임상병리과나 마취과의 경우 많은 의사들이 현실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않고 특정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않으며 진료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법률적인 근거가 없었다. 이러한 의료현실을 반영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특정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않더라도 복수의 의료기관에서 진료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열심히 공부하여 의사ㆍ한의사 또는 의사ㆍ치과의사 등 복수 면허를 소지한 의료인이라 할지라도 현재의 의료법은 의원, 치과의원, 한의원 중 하나의 의료기관만을 개설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어 많은 복수면허자들이 안타깝게도 자신의 능력을 최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지 못했다. 그러나 개정 의료법에서는 복수면허 소지자들이 하나의 의료기관에서 소지한 면허 모두에 해당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여 국민들에게 최고의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하였다.
새내기 의료인은 자격시험에 합격한 후에도 면허증이 나오기 전까지는 의료행위가 불가능하여 의료현장에서 환자를 직접 볼 수 없었으나, 개정 의료법에서는 자격시험에 합격하였다면 면허증을 발급받기 이전이라도 의료행위가 가능하도록 개선된다.

최근 병원 응급실에 근무하는 당직의료인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해 사회문제화된 바 있다. 기존 의료법에서는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으나, 개정 의료법에서는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를 폭행하는 경우에 처벌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여 의료인과 의료기관 종사자를 폭력으로부터 보호하는 조치를 마련하였다.

이번 의료법 전면개정은 국민이 의료기관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한편, 의료서비스산업의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자 한 것으로, 국민의 의료비 지출을 증가시키거나 의료기관 이용에 불편함을 주는 내용은 포함하지 않았다.

의료법 개정안은 준비과정부터 관련단체들의 의견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향후 제시되는 어떠한 의견에 대하여도 국민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반영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또한 합리적 대안들을 적극 반영하여 의료법이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행복한 삶을 이루는 데 최대한 기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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