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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만남우리의 게임은 카누가 아니라 레프팅이다
김용덕(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2007년 10월호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은 취임사를 파워포인트로 진행했다. 금융계가 나아갈 길은 카누가 아니라 래프팅이라고 은유했다. 카누는 구성원이 힘을 합해 열심히 노를 젓기만 하면 목표에 도달하지만 래프팅은 예상치 못한 위험이 수시로 진로를 방해한다. 따라서 래프팅에서는 목표를 수시로 수정해가며 변화에 적응하는 기민함과 역동성을 키우지 않으면 안된다. 아닌 게 아니라 자본시장 통합법 제정과 FTA에 따른 금융시장 개방으로 우리를 둘러싼 금융환경이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 연말엔 대선도 있다. 그는 이런 민감하고 중요한 때에 금융감독위원장이 됐다.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를 만나러 여의도 금융감독위원회로 갔다.


- 오늘(9월 5일)이 마침 취임 한 달이다. 축하한다. 밖에서 본 금감위와 막상 안에 들어와서 본 금감위는 얼마나 다른가? 가장 시급한 일은 무엇이냐? 앞으로 김용덕 선장이 이끄는 금감위는 이전과 어떻게 달라질지 다들 궁금해 한다.

* 의례적인 취임사가 싫었다. 길어지면 지루할 것 같아 그렇게 진행했는데 반응들이 좋았다. 금감위는 공정한 금융질서를 확립하고 금융시장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되어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다.

금융시스템 안정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금융산업 선진화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 금융산업을 동 아시아 최강국 수준으로 도약하게 만드는 것이 임기 중에 내가 할 일이다. 당면한 문제는 금융시장 위험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다. 대선과 총선 등 중요한 정치 일정이 있는 시기에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해 금융시장 안정기반이 무너지면 안 된다. 잠재적 위험을 면밀하게 모니터링 해 미리 대응해 나가되 강제적인 방식이 아니라 시장친화적인 방식으로 할 것이다.


- 연내 증권사 신규 설립 가능성을 말했다. 증권사 신규 설립을 허용하는 당위성은 무엇이냐? 증권사의 국제경쟁력을 높일만한 구체적인 방안이 있나?

* 시장경쟁을 통한 경영혁신이 절실하고 증권산업의 체질강화를 위해서도 신규 증권사가 생길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신규 진입을 제한하면 기존의 영업 관행과 타성에 안주하게 된다. 아울러 혁신과 변화를 기피할 우려가 있고 경영효율이 낮은 증권사를 퇴출할 수도 없게 된다. 따라서 증권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최근 증시 호황으로 증권사 경영환경도 그 어느 때보다 좋아졌으니 증권사 신규진입 허용을 적극 검토할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증권사의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또 다른 방안은 상품개발과 자산운용의 자율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자본시장 통합법 제정으로 금융투자 상품의 개념이 포괄적으로 정의됨에 따라 창의적인 상품개발이 가능해질 전망이며 영업용 순자본비율(NCR) 제도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개선해 자산운용의 자율성을 더욱 높여 나가겠다.


-금융감독 선진화를 위한 로드맵을 만든다고 발표했다. 관세청장 시절과 건교부 차관시절에도 조직 혁신을 위한 정교한 매뉴얼을 만들었다고 들었다. 위원장은 혁신과 변화의 전문가 같다. 그렇지만 조직을 바꾸려면 내부의 반발도 만만찮을 텐데? 그리고 단기간에 이루어질 일도 아닌 것 같은데?

* 금융감독기구 출범 후 10여 년간 운영성과에 대한 평가와 철저한 자기 성찰이 로드맵의 출발이다. 그걸 바탕으로 외부 전문가와 감독정책 수요자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선진감독시스템을 구축하고 아울러 업무과정과 일하는 방식 전반을 개선할 것이다. 일부에선 로드맵 마련이 업무를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고 효율적인 업무 추진을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로드맵을 만드는 목적이다. 금융감독 선진화라는 비전 달성을 위해 대략 3년간 시행할 계획을 정교하게 지금 짜고 있다.


- 금융 경쟁력은 결국 인력 경쟁이라고 말한다. 금융감독기구 내부에서도 우수한 감독인력을 기르는데 역점을 두겠다고 취임사에서부터 말했다. 인력을 기를 비책이라도 있나? 변화를 이끌어 나가는 주체는 결국 사람 아니겠는가? 기수 파괴, 발탁인사 같은 과감한 인사가 김 위원장의 스타일이라고 말들 하던데?

*동북아 금융허브를 지향하려면 당연히 우수인력 확보가 첫 번째 과제다. 사람을 찾고 기르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 국제 시장에서 살아남자면 전문 영역의 능력뿐 아니라 언어와 친화력도 필수이다. 업무능력을 개발할 프로그램을 짜고 국제기구에 파견하고 산학협력 체제를 구축하겠다. 07년 해외 연수를 금융감독기구 내부에서만 65개 과제로 90명쯤 파견할 계획이다. 혁신이 어렵다고 하지만 이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교육을 통해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대처하는 인력을 키우겠다. 조직원들이 두려움을 떨치고 변화의 주체가 되는 성공사례들을 창출해 나가면 그런 분위기가 전체로 퍼져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나의 인사 스타일은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때로 기수 파괴 같은 것도 하지만 적재적소 인사, 조직 기여도에 따른 인사가 주된 원칙이다.


-스스로의 매력과 강점은 무엇인가? 자신의 한계를 느낀 적이 있다면?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지만 남들은 내가 상당히 개방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한다고 평한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이 오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왔다. 매사에 가능하면 완벽을 기하려고 하며 신중하게 사고하고 행동하고자 한다. 앞으로 금감위와 금감원을 이끌어 나가는데도 이와 같은 자세를 견지해 나갈 것이다.



제한된 시간이라 더 많은 질문을 할 수 없어 아쉬웠다. 건교부 차관시절 그가 만든 정책 결정 시스템인 MULTI-CONSULTING CLINIC(MC2)은 특허로 출원되었을 정도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달라질 금융감독기구를 지켜보자.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 재임기간 동안 그가 우리 금융계를 동북아 허브로, 세계 일류 금융산업으로 도약시킬 발판을 마련해 주기를 고대한다.


김서령 나라경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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