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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08년 한국경제 전망질풍지경초의 시기
정구현(삼성경제연구소 소장) 2008년 01월호
작년 우리 경제는 미국발 금융위기, 고유가 등 대외여건이 불안했으나, 성장 모멘텀이 작동하며 경기회복세가 지속되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는 FRB(미 연방준비은행)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한 때 안정을 되찾는 듯 했으나, 부실규모가 예상보다 확대되며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WTI(서부 텍사스산 중질유) 가격이 한때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하는 등 유가도 급등하였다.
미국경제의 부진으로 달러화 약세와 세계 구석구석에 유입되었던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 징후 등으로 외환시장도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다.

반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1/4분기에 전년 동기대비 4.0%에서 3/4분기에는 5.2%로 높아지는 등 경기회복 속도가 빨라졌다.
작년 연간 경제성장률은 4.8%로 2006년(5.0%)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대외여건은 점차 악화되고 있으나 수출이 기대 이상의 선전을 보였고, 내수도 완만한 회복 추세였기 때문이다.
작년에도 수출은 원화 가치 상승,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두 자릿수로 증가해 한국 기업들이 저력과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소비와 투자 등 그동안 부진했던 내수도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증시 활황과 소비심리 개선 등에 힘입어 민간소비의 완만한 상승세가 지속되었고, 설비투자도 2006년에 이어 2년 연속 7%의 성장세를 보이며 양호한 실적을 나타냈다.

올해 우리 경제가 맞이하는 대외여건은 그리 밝지 못하다.
세계경제는 지난 수년간의 저금리와 과잉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호황의 끝자락에 서 있다.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와 이로 인한 금융 불안은 고속성장 과정에서 누적된 부실과 과잉이 조정되면서 발생한 문제이다.
조정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우리 경제는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축소될 것이다.

미국의 취약한 경제상황과 금리인하로 달러화 약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주요 통화가 달러화에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원화만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다만 금년에는 경상수지가 적자로 반전되고 외국자본 유입이 줄어들 것으로 보여 국내적 요인에 의한 원화환율의 하락 압력은 소멸될 것으로 보인다.
원화의 달러화에 대한 절상률은 주요 통화들에 비해 소폭인 3% 수준에 그치며 달러당 연평균 910원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고유가 현상은 올해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수급 불균형, 달러 약세, 지정학적 불안 등이 단단한 삼중 고리를 형성하며 유가를 끌어 올리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성장세 둔화가 원유 수요를 축소시키고, 유가 급등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예상되는 대체 에너지 개발을 우려한 산유국들의 증산 움직임은 유가 상승을 제한할 것이다.
따라서 올해 두바이 유가는 연 평균 배럴당 74달러로 작년의 69달러에 비해 5달러 정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한 단계 성숙되었다는 점이다.
외환위기 이후 10년 동안 경제주체들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 기업들의 건전성이 크게 개선되고 경쟁력도 제고되었다.
그동안 원화 강세, 고유가 등 불리한 여건 하에서도 국내기업들은 5~7%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였다.
2007년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에 국내기업이 14개사가 등재되었고, 부채비율도 100% 미만으로 하락했다.
또한 자산규모 세계 100위 안에 드는 국내은행이 외환위기 이전에는 전무하였으나, 2006년 말 현재 4개사가 포함되는 등 대형화에도 성과를 거두었다.
이런 점에서 올해는 우리 경제가 대외적 불안을 이겨낼 정도로 내적 체질개선이 이루어졌는가를 평가받는 본격적인 시험대가 될 것이다.
세찬 바람이 불면 어떤 풀이 억센 풀인지를 알 수 있는 ‘질풍지경초(疾風知勁草)’의 시기가 될 것이다.

올해 우리 경제를 가늠할 가장 큰 변수는 미국경제의 향방이다.
작년에는 미국경제와 세계경제 사이의 경기흐름이 차별화되는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이 전개되었다.
미국경제의 부진에도 중국, 인도, 중동 산유국 등 개도국 경기의 호조에 힘을 얻어 세계경제는 상대적으로 건실한 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올해에도 이러한 디커플링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경제는 성장률이 작년의 2%에 이어 올해에도 1.9%에 그치는 부진이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경제가 이 정도의 성장을 기록한다면 중국을 중심으로 한 개도국의 성장이 미국경제의 부진을 어느 정도 보완해 줄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세계경제는 작년에 비해 소폭 둔화되나, 3%대 중반의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올해 우리 경제는 연간 5.0%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즉 서브프라임 부실 등 미국경제의 부진이 회복되고 있는 우리 경제의 흐름을 되돌릴 만큼의 충격은 가해지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세계 경제의 감속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호조세를 유지하는 한편, 내수회복세도 완만하지만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수출은 올해에도 10% 이상의 높은 증가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원화 강세, 해외경기 감속성장의 우려는 있으나, 수출은 개도국을 중심으로 한 수출지역 다변화, 수출구조 고도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 등에 힘입어 2003년 이후의 호조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경상수지는 고유가에 따른 수입확대와 만성적인 서비스 수지의 적자폭이 더욱 확대되면서 10년간의 흑자 기조를 마감하고 29억달러의 적자로 반전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에는 내수회복이 작년에 비해 소폭 확대될 전망이다.
민간소비는 심리개선과 일자리 창출의 확대에 힘입어 4%대 중반의 증가가 예상된다.
내구재소비가 늘어나고 서비스지출도 확대되지만, 가계의 실질소득 증가세가 크지 않고 간헐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 금융불안이 상승세를 제한하여 소비가 자생력을 갖고 경기를 견인하는 힘을 제대로 보여주지는 못할 것이다.
설비투자는 경제심리의 개선과 수출 호조에 힘입어 연중 7%대의 증가가 예상된다.
올해 소비자물가도 전년보다 0.5% 포인트 높은 3.0%의 오름세를 보일 전망이다.

2006년 하반기 이후 급등한 원유 및 곡물가격과 중국의 인플레이션이 국내물가 불안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실업률도 3.2%로 작년 수준과 유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새롭게 늘어나는 일자리 수는 31만개 수준으로 작년의 29만개를 2만개 정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외환위기 이후 10년이 지나 이제 ‘IMF時代’를 마감하고 ‘FTA時代’를 맞이하는 첫 해이다.
IMF시대는 우리가 의도하지 않은 시기로 외환위기 충격에서 스스로를 방어하는데 급급한 소극적이고 수비적인 기간이었다.
반면 FTA시대는 우리가 스스로 선택했다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FTA시대는 개방을 통해 글로벌화를 진전시키고 안팎의 경쟁 촉진을 통해 경제체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유로운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대폭적인 규제 완화로 민간의 창의성이 살아나도록 하여야 한다.
법과 질서의 확립도 중요하다. 불법적이거나 폭력적인 수단을 동원한 이익집단의 행동에 대해 정부는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또한 인적 자원 확충에 힘써야 한다.
교육개혁을 통해 국민의 교육수준과 역량을 높이는 것이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기업들도 FTA라는 치열한 경쟁 환경 아래에서 생존과 성장을 위한 변신 노력을 가속화해야 한다.
미래 경영환경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구조조정을 강화해야 한다.
새로운 경쟁력의 수단으로 인식되는 소프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경영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조직 구성원의 창의성 발휘를 지원하고 다양한 창의성 요소를 경영성과로 연결시키는 조직 관리에도 주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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