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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연중기획세계 녹색시장은 1조 달러 규모
장기복(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 2009년 02월호
지난해 8•15 경축사를 통해 ‘녹색성장’의 비전이 제시된 지 반년이 가까워오고 있다. 녹색성장의 발전전략은 성장의 내용 측면에서는 친환경적이면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질적으로 건전한 성장’을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전략 측면에서는 녹색기술과 청정에너지를 무기로 새롭게 성장하고 있는 세계녹색시장(Green Market)에서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도전적 의지를 담고 있다.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을 줄이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점에서 볼 때, 녹색성장의 명분과 타당성에 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녹색성장의 당위론적 명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 사이에 새로운 비전에 대한 실천적 인식과 개념의 공유는 충분한 것 같지 않다. 더욱이 전 세계적 경제침체 상황에서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건도 좋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수출둔화와 내수 부진, 생산 활동의 축소, 고용시장의 위축‧조정 등 경제적으로 위기의 징후 속에서 녹색성장, 신성장동력 등과 같은 미래지향의 비전들이 국민들에게는 멀게 느껴질 수 있다.

최근 정부는 녹색성장의 틀 내에서 경제의 활력 회복과 일자리 확대를 골자로 하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녹색 New Deal 사업」추진방안’을 부처 공동으로 발표했다. 녹색성장과의 연관성이 높으면서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공공투자사업을 중점 적으로 추진하여 당면한 고용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일부 정책의 중복성과 적절성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녹색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뉴딜’ 정책은 장기적인 비전 달성과 당장의 위기 극복을 도와주는 전략일 수 있다.

특히 녹색산업은 고급기술과 중급기술, 저급기술이 복합적으로 활용되는 특징으로 고용창출 잠재력이 다른 산업에 비해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필자 주: 해외 사례의 경우 녹색산업은 일반 산업에 비해 7배 이상 일자리 창출 잠재력이 있다는 보고도 있다). 녹색산업의 경우 기존의 다른 산업•기술과 융합되어 발전하는 특징을 갖고 있는 것도 경제의 활력 회복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이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는 녹색성장의 국가전략을 체계화•제도화하면서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성공사례를 만들어내고 경험을 축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현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에 이만한 대안을 찾기 어려우며, 녹색성장에 대한 논란도 이론적 근거가 부족해서라기보다는 경험 부족에서 비롯되는 문제일 수 있다. 1960년대 이후 추진된 ‘수출증대’라는 발전전략이 국민들의 인식 속에 깊게 자리 잡은 것도 그 이론과 개념에 대한 설명과 홍보를 통해서가 아니라 구체적인 성공경험을 통해 체화된 전략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녹색성장과 관련한 더욱 근본적인 논란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녹색성장 발전전략이 경제에 부담을 미칠 뿐, 얻을 게 없을 것이라는 비관과 우려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규모 면에서 볼 때 세계 10위권 이내이고 에너지원의 97%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무시하기 어렵다(필자 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모든 국가가 2009년부터 기준 전망 배출량 대비 연 2%씩만 삭감하더라도 2030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의 실질 GDP는 약 0.25%정도 감소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녹색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녹색기술과 산업역량도 선진국과 격차가 크고, 핵심기술과 원천기술 역시 해외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녹색성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녹색성장의 기회 요인을 눈여겨 보자.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세계녹색시장은 라이프사이클 단계에 비추어 볼 때 선진국조차도 기술개발 단계이거나 초기 실용화 단계인 것으로 평가된다.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감안하더라도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든지 열려 있다는 것이다. 시장의 규모도 우리의 예상을 뛰어 넘는 수준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온실가스감축시장만 놓고 보더라도 2007년 기준 400억 유로 수준으로 매년 비약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1990년 수준의 감축을 전제로 할 경우 대략 1조 달러 이상의 잠재적 규모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온실가스 감축 이외의 분야 특히 에너지와 자원의 효율적 이용 분야, 물시장을 비롯한 환경 분야 등도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어, 성장 영역의 다원화와 성장 속도에 비추어 볼 때 우리의 새로운 먹거리•일거리를 충분히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관건은 세계녹색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산업•기술적 역량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적기에 확보할 것인가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의「신성장동력」,「그린에너지」등과 관련한 각종 대책은 미래 우리의 먹거리와 일거리를 창출할 가능성이 높은 ‘녹색기술’을 선별, 선택과 집중의 원칙으로 육성•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다만 대부분의 정책이 기술개발 등의 공급역량 확충에 지나치게 무게를 두고 있어 녹색성장의 저변 활성화에 관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

환경경제학 교과서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의 저감에 따른 효과는 시장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다. 때문에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시장에서의 활동이 충분히 이루어지기 어렵다. 이 점에서 세계적인 녹색시장의 성장 추세도 기후변화협약 등의 국제적 환경규제와 협약으로 시장이 창출되고 있다는 점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정부부문의 전면적인 녹색혁신(Green Transformation)을 토대로, 정부 정책과 공공부문이 함께 새로운 녹색시장을 창출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때이다. 특히 에너지•환경정책은 물론 경제•산업정책, 국토•교통정책, 교육•과학기술정책 등 주요 정책영역에서 녹색성장 지향의 환경•에너지•경제 융합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급하다. 국토, 교통 등의 물적 하부구조를 저탄소•친환경으로 전환해 나가고 경제시스템과 교육•문화 등 인적•사회문화적 인프라도 녹색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녹색경제를 발판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면서 동시에 경제위기를 녹색경제시스템을 구축하는 계기로 활용하기 위한 범국민적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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