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뉴딜사업의 핵심인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들어갔다. 국토해양부, 환경부,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수산식품부 등 정부 4개 부처는 그동안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지난 6월 8일 ‘4대강 살리기 마스트플랜’을 확정, 발표했다. 이어 같은 달 하순에 발주 공사 공고를 내고 10월부터 단계적으로 착공할 방침이다. 지난해 12월15일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 추진방침의 결과, 2주일 뒤인 12월29일 4대강 정비사업 기공식에 이어 반 년 만에 가시적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마스터플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사업의 범위가 대폭 확대된 점이다. 정부는 당초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4대강 본류만 사업 대상에 포함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여름철 집중호우 때는 본류와 합류하는 지류에서 홍수가 많이 나는 현실에서 강의 본류만 정비한다면 문제를 절반밖에 해결할 수 없는 현실”(김희국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부본부장 설명)을 감안해 4대강의 13개 주요 지류와 섬진강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한강권의 북한강 섬강, 낙동강권의 남강 금호강 황강 서낙동강 맥도강 평강천, 금강권의 미호천 갑천 유등천, 영산강권의 황룡강 함평천 등 13개 국가하천이 새로 사업대상에 포함됐다. 4개강과는 별개인 섬진강까지 포함하면 모두 18개의 국가하천을 포괄하는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로 확대됐다.
섬진강은 홍수나 가뭄 같은 물 문제보다 ‘세계적으로 깨끗한 자연하천’으로 거듭난다는 구상에 따라 사업대상에 추가됐다. 섬진강은 지금도 보전상태가 비교적 양호하지만 일부 구간은 경작지 등으로 훼손돼 복원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2012년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완료되면 섬진강은 물과 수초지대, 둔치, 습지 등이 어우러진 자연하천으로 변모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섬진강 수량 감소로 이 지역 명물인 재첩 생산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강 상류에 댐을 쌓아 수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방안도 2012년 이후 장기과제로 검토 중이다.
2012년까지 계속될 4대강 살리기 사업의 5대 핵심과제는 수자원 확보, 홍수대비 기능 강화, 수질 개선, 하천 주변 복합공간 조성, 각종 연계사업을 통한 지역발전이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4대강 본류를 정비하는 ‘본 사업’, 섬진강 및 4대강 주요 지류를 대상으로 한 ‘직접연계사업’, 문화•관광 활성화 등을 위한 ‘연계사업’으로 나눠 추진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보 설치와 중소규모 댐 건설 등으로 물 13억㎥을 확보하는 한편 퇴적토를 준설하고 노후제방을 보강해 홍수조절용량을 9억2000만㎥ 늘리기로 했다. 4대강 본류 및 지류의 2급수 비율은 현재의 76%에서 2012년까지 최고 86%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하천 주변에 자전거길, 산책로 등을 설치하고 각종 연계사업도 추진한다.
사업범위가 확대되면서 사업비도 크게 늘어났다. 본 사업과 직접연계사업을 합한 예산은 당초 예정한 13조 9000억 원보다 60% 많은 22조 2002억 원으로 늘어났다. 본 사업비는 작년 12월 계획이 처음 발표됐을 때의 13조9000억 원에서 16조9498억 원으로 약 3조 원 증가했다. 당초 계획에는 없었던 직접연계사업에는 5조2504억 원이 배정됐다. 본 사업은 2011년, 직접연계사업은 2012년 마무리될 예정이다. 연계사업은 해당 부처가 장기 과제로 추진하도록 해 이번 총 사업비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새로 책정된 수질개선 사업비 3조8837억 원은 2012년까지 4대강 본류 구간의 수질을 평균 2급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투입된다.
본 사업 중 준설 사업비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요구로 당초 2조6801억 원에서 5조1599억 원으로 증액돼 금액이 가장 많이 늘었다. 당초 4개를 계획했던 보는 16개로 늘어나면서 사업비가 114억 원에서 1조5201억 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생태하천 조성은 지자체들의 요구가 많았지만 도심지가 아닌 구간을 상당 부분 제외하면서 사업비가 다소 줄었다.
4대강 사업 규모가 커진 데는 지자체들의 희망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주요 하천을 정비해 수질 개선과 수량 확충 효과를 거두면서 인근 주민의 소득 증대와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정쟁의 소재가 된 중앙 정가와 달리 각 지방에서는 여당은 물론 야당 출신 단체장들도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34만 명의 일자리가 생기고 40조 원의 생산유발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특히 지방 건설업체들이 공사에 일정 비율 이상 참여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이어서 공사가 시작되면 지방 경기를 살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걱정되는 점도 없지 않다. 과거 경험을 보면 대형 국책사업 예산은 ‘눈먼 돈’으로 여겨져 곳곳에서 새는 일이 많았다. 시간이 갈수록 사업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는 이런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모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 여전히 의혹을 제기하는 대운하 관련 논란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반대세력이 주장하듯이 대운하가 반드시 나쁜 것인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미 대운하가 합리적 토론이 쉽지 않을 만큼 정쟁의 소재가 된 만큼 이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더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대운하 논란에 휘말리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4대강 사업을 차질 없이 해낼 수 있다.
박정희 정부가 본격적 경제개발에 착수한 뒤 한국은 경부고속도로나 포항제철(현 포스코) 건설 등 당시에는 정치적 반대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성공적인 국책사업을 적지 않게 달성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어떤 결과로 끝날지 지금 단계에서 섣불리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필자의 개인적 판단으로는 제대로만 추진한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사업으로 본다. 이번 사업이 병들대로 병든 우리나라의 주요 하천을 살리는 환경적 측면과 새로운 형태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따른 경제적 측면에서 모두 의미 있는 결실을 거두길 기대한다.
권순활
동아일보 논설위원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 경제부기자, 도쿄특파원, 경제부장, 산업부장을 거쳐 현재 논설위원으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