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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사이트자본유출입 규제, 무엇이 해법일까?
송준혁(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 2011년 02월호
최근 자본유출입 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국제투자자본의 과도한 레버리지를 통한 투자 증가와 파생상품의 확대에 기인했다는 비판이 일면서 부터다. 특히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수행된 선진국들의 초저금리 정책과 미 연준(FRB)의 양적완화정책에 따라 확대된 글로벌 유동성이 신흥국의 금융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선진국의 금융불안이 신흥국으로 수출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에 따라 신흥국 경제의 자산버블이나 환율 급변동에 대한 불안감이 급증했고, 국제자본의 과도한 유출입에 따른 잠재적 불안을 잠식시키기 위해 2009년 미국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에서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국제투기자본을 규제하기 위한 토빈세(Tobin tax; 단기성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세금) 도입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후 브라질에서 외국인투자자에 대해 2%의 금융거래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이러한 논의는 더욱 확산됐으며 지난해 11월 G20 서울정상회의에서는 과도한 자본유출입에 대한 거시건전성 규제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금융은 상품거래와 다르다’ 전통경제학에 대한 일침

사실 자본유출입 규제에 대한 이러한 논의 자체는 별로 새로운 것이 아니다. 과거 1980년대 남미의 외채위기나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를 비롯해 금융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이 문제는 불거져 나왔다. 그러나 자본유출입 규제의 필요성은 금융위기 발생 당시에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가 이내 수그러들고 이후 금융시장이 안정되면 금융회사의 행태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러한 회귀현상은 국제자본에 대한 전통적인 경제학적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자본자유화가 부족한 국내저축을 보완함으로써 금융자본이 부족한 신흥시장국의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한편 선진국의 입장에서도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위험을 분산하는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세계 경제의 성장과 안정 양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는 금융을 상품거래와 동일 선상에서 이해하고 해석해 자유로운 자본의 교역은 실물교역과 유사하게 모든 경제의 후생을 증대시켜줄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루카스의 역설’(Lucas Paradox))처럼 국제자본이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흘러가기 보다는 그 반대의 경우도 다수 관찰되면서 이러한 전통적인 경제학의 견해에 문제를 제기하는 견해도 공존한다.

다만 최근의 논의가 과거와는 다른 점은 이번 금융위기의 범위와 강한 전염성이다. 과거에는 금융위기의 공간적 범위가 역내에 한정돼 있었고 그 규모나 전염성도 그리 크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에는 그 파급범위가 선진국과 개도국을 망라해 전 세계적 위기로 퍼졌고, 레버리지 투자에 따른 강한 전염성으로 금융 불안이 전 세계 금융시장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이 과정에서 종전의 개별 금융기관 위주의 미시건전성 감독의 한계가 드러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거시건전성 감독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신자유주의의 후원자였던 IMF마저 국제자본거래가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비효율적인 자원배분을 야기할 소지가 높으며, 자본시장 및 제도가 성숙하지 않은 신흥국에 대한 단기투자로 인해 이들 국가의 자산버블이나 시스템리스크를 초래할 위험이 있음을 직시하면서 종전의 입장과는 달리 거시안정화 및 건전성 유지 차원에서의 자본규제의 정당성을 인정했고, 국제사회에서는 자본유출입 규제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됐다.

단기성 해외자금, 외환위기의 촉매제로 작용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금융개방도가 크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에서는 대내외 금융위기는 결국 외환위기로 이어지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국내의 금융위기 시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인해 투자자금 환수에 위험을 느낀 외국자본이 국외로 유출됨에 따라 외환위기가 초래된다. 또한 우리와는 상관없는 해외의 금융위기마저 신흥국에 대한 위험프리미엄의 증가 및 국제자금의 글로벌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의해 자금이 해외로 유출되면서 또다시 외환위기의 어두운 그림자에 맞닥트리게 된다.

대외 개방도가 높은 신흥국에서의 자금유출입의 경기순응성을 확대하고 외환위기로 연결하는 촉매로서 역할하는 것이 바로 단기성 해외자금이다. 이러한 단기성 자금의 유출입을 억제하기 위해 최근 우리 정부는 외국인채권투자 이자소득 면세 혜택을 폐지하고, 은행의 비예금 외화부채에 대한 거시건전성 부담금(일명 ‘은행세’)을 부과하는 한편 외은지점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제한하는 조치를 단행하였다.

이러한 규제는 어느 정도 해외자금의 유입억제 효과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우리가 궁극적으로 억제하고자 하는 것은 단기해외자금이지 생산적인 장기해외자금은 아님을 감안하면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대상자금의 성격이나 투자기간에 따라 규제의 방식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외은지점(외국계 은행의 한국 지잠)의 선물환 거래 제한은 조치의 경우, 향후 세계경제 회복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일 경우 수출기업들의 선물환 매도수요에 부응하지 못함으로써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식해 선물환 포지션을 실물경제와 연동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볼 필요가 있다. 규제체계도 외화유동성 비율이나 만기 갭(gap) 비율과 같은 핵심규제와 보완규제로 분류해서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부분과 시장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체제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대부분의 해외단기자금은 국내외 금리차에 의한 재정거래 유인에 크게 반응하므로 기초 경제여건과 괴리된 금리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거시정책 운영이 필요하다.

자금성격에 따라 규제방식 달리해야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단기투자자금 유출입 규제에 대한 높은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가 다시 안정되기 시작되면서 최근 들어 이러한 규제의 관심이나 강도도 약화되는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금융산업에 강점을 가진 선진국들이 위기 진화 이후 회복되고 있는 금융자본의 목소리를 외면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자본규제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한편, 금융위기의 폭발적 전염성으로 과거 어느 때보다 금융회사에 의한 단기 외화자금의 과도한 경기순응성을 방지할 필요성과 당위성이 높으나 이러한 규제만으로 자본유출입의 폐해를 차단하기에는 결코 충분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많은 경우 자본규제는 직접규제로서 경제에 새로운 왜곡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자본 유출입의 폐해를 예방하는 최선의 대안은 기초 경제여건과 괴리되지 않은 안정적인 거시경제 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자본유출입 규제를 통화나 재정정책으로는 달성하기 어렵거나 부작용이 발생하는 정책목표에만 국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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