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1일부터 우리나라도 사업장단위에서 복수노조가 허용되면서 노조 간에 경쟁이 본격화됐다. 그 이전에는 기존 노조와 조직대상이 중복되는 경우 노동관계법상 노조로 인정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1991년 국제노동기구(ILO),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가입해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 인정받기에는 기본 인권의 하나인 노동권의 보장이 취약하다며 국제사회로부터의 비판을 받아 왔다. 김영삼 정부는 전교조, 민주노총 등 소위 재야 노동세력의 지속적인 성장 그리고 국내 노동권 상황에 대한 비판적인 ILO, OECD 등 국제사회 여론 등을 고려, 노사관계개혁위원회를 구성해 1997년 초 「노동관계법」을 개정했다.
새로 탄생한 322개의 노조, 상급단체 선택하지 않은 비율 86%
1997년 노동법 개정으로 연합단체 등 초기업단위 복수노조는 즉시 허용됐고 기업단위 복수노조는 2002년부터 시행되도록 예정됐다. 그러나 2001년(2006년까지)과 2006년(2009년까지)에 민주노총이 불참한 노사정 합의로 시행을 2번 유예했다. 2009년 말 다시 1번의 유예가 거론되기도 했으나 12월 29일 소위 ‘추미애 노조법’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하고 2010년 1월 1일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2011년 7월 1일부터 교섭창구 단일화를 전제로 기업단위 복수노조가 허용됐다.
그러나 2011년 6월 야당은 물론이고 노사관계 선진화법을 주도한 여당의 절반 가까운 국회위원이 법이 제대로 시행되기도 전에 법 개정의 유보를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복수노조 허용 등 선진화입법(노조전임자 대한 사용자의 급여지급을 근로시간면제한도내에서 허용하는 것을 포함)이 향후 우리나라 노사관계 및 경제, 사회 전반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지난 7월 1일 13년간 4번의 유예를 거쳐 허용된 사업장단위 복수노조는 시행된 후 이틀간 112개의 복수노조가 설립신고를 했다. 이후 신고가 주춤해져 일부의 우려와는 달리 아직 큰 혼란은 없다. 7월 초에는 하루 평균 27.7개의 노조가 새로 설립됐으나 하순에는 8.6개로 줄어들었다. 7월에 새로 설립신고를 한 322개의 노조 중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노조에서 분화된 노조가 75%인데 신생노조 중 상급단체를 선택하지 않은 노조가 86%나 된다. 많은 노조가 양대 노총 모두에게 실망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조직경쟁 현상은 아직 잘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노총 사업장에서 설립된 민주노총 소속노조가 8개, 민주노총 사업장에서 설립된 한국노총 소속노조가 8개일 뿐이다. 새로 설립된 많은 노조가 기존 노조의 조합원을 끌어들여 과반수 노조가 되고 있는 것도 특징 중의 하나이다. 특히 민주노총에서 분화된 90개 노조 중 서부발전노조 등 47개 노조가 조합원과반수를 확보했다. 복수노조가 허용된 이틀간 설립된 노조 중 택시, 버스 사업장 노조가 절반이 넘는 61개인데 사업주가 노조를 관리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사업주와 노조 집행부의 유대관계가 유독 강한 교통업체 기존 노조에 대해 일반 노조원들이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연착륙하는 복수노조제…제3노총 움직임 활발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큰 혼란이 올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복수노조제도가 연착륙을 하고 있는 것은 초기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법 자체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사업장에 여러 개의 노조 설립이 허용되나 교섭창구는 단일화돼야 한다. 자율적 단일화가 되지 않고 과반수 노조가 없는 경우 노동위원회가 노조원수에 따라 노측 교섭위원을 배분해 공동교섭단을 결정해준다. 노조가 있는 경우 조직대상의 대부분이 기존 노조에 가입해 있는 현실에서 기존 노조의 과반수 대표성을 깨뜨릴 수 있는 노조원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노조를 설립해도 큰 실익이 없다.
7월 1일 전에 체결된 단체협약의 경우 그 유효기간이 종료될 때까지 기존노조가 소수노조가 된다 할지라도 유효하다. 새로운 노조가 설립돼 다수 노조가 되면 노사협의회에서 노측대표의 역할을 할 수 있으나 기존 임금협약이나 단체협약이 만료될 때까지 기존 단협의 개정을 요구할 수는 없다. 법시행 전에 일부 기업에서 기업우호적인 소위 ‘알박기’ 노조를 설립한 부작용이 있기는 하나 이 조항이 복수노조가 설립된다 할지라도 기간에 걸쳐 완만하게 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법 시행이 확실해진 지가 1년 반이 넘었기 때문에 사용자측은 많은 준비를 해왔다. 그동안 사측은 근로자들의 불만요인을 제거하고 복지를 강화하며 다양한 소통 채널을 구축하고 공감대 형성을 위한 교육, 훈련을 실시하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였다. 최근 성과주의 인사제도를 지향하는 어느 기업에서 성과 부진자에게도 일정부분의 인센티브를 보장하도록 임금체계를 개편했는데, 복수노조 허용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노조 설립이 혼란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지만 물밑에서는 활발한 움직임이 있다. 서울지하철노조가 주도하고 있는 제3의 노총인 ‘국민노총’(가칭)의 설립 움직임이 활발한데, 이미 복수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한 인천지하철노조 등 공기업 노조들이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전투적 성향의 민주노총 계열의 사업장에서는 합리적 성향의 노조가 설립되고, 민주노총 사업장에서 온건성향의 노조로 집행부가 바뀐 사업장에는 민주노총 노조 설립 움직임이 있다. 한편 복수노조가 허용된 이후 비노조경영을 추구하는 일부 기업에서는 새로운 노조설립과 관련돼 부당노동행위 논란이 있는 등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우리나라 일부 대기업들은 지금까지 노동관계법의 복수노조 금지 조항을 활용해 실질적인 노조결성을 막아 왔다. 사용자에게 우호적인 소수의 근로자들이 노조를 결성하도록 지원함으로써 적대적이고 전투적인 성향의 노조가 사업장에 만들어지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나 2011년 7월부터 기업단위 복수노조가 허용돼 이와 같은 전략에 의지한 비노조경영은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게 되면서 갈등관계가 발생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노동기본권이 헌법에 기본권으로서 규정돼 있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미국과 같이 적극적으로 노조결성을 방해한다면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복수노조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미국의 기업들과 같이 노조설립에 대해 적대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일본의 기업들과 같이 발언형 종업원 조직이 활성화돼 기업 내 노사 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져서 ‘기업 내 정보의 비대칭성’과 ‘불만’을 해소함으로서 생산성과 수익성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용자들이 이와 같은 정책기조를 추구할 때 기업경영의 투명성이 제고되고 노조들의 조합원에 대한 서비스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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