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은 우리나라 전통의 상부상조 모임인 계(契)와 그 본질이 같다. 의료서비스 비용 지불이라는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공통의 위험요인에 대해 십시일반의 지혜를 발휘한 사회제도라 하겠다. 따라서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 확보는 건강보험제도의 건전한 발전에 필수 요건이 된다. 제도의 지속 가능성은 공평한 부담 위에 가능하다. 향후 고령화의 진전으로 막대한 의료비 지출 증가와 보험료 부담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건강보험 제도의 재정적 지속 가능성에 대한 전제로서 보험료 부과체계의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부과체계, 근로소득 중심에서 종합소득으로 확대
지난 2003년의 직장, 지역 재정통합 이후에도 보험료 부과체계는 자영업자 소득파악의 한계로 이원화된 부과체계를 유지해 왔다. 즉, 직장가입자는 보수월액(근로소득)에 일정한 보험료율을 곱하는 소득비례 보험료를 부과한 반면, 지역가입자는 모든 종합소득(이자․배당․사업․근로․연금․기타)과 함께 피보험자 세대가 보유한 재산 및 자동차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보험료를 부과했다.
그간 정부는 신용카드 소득공제제도, 현금영수증 제도 등의 도입으로 보다 투명한 소득파악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궁극적으로는 직장, 지역에 관계없이 소득 중심의 일원화된 부과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현행 부과체계의 틀 내에서 보험료 부과기반을 확대해 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는 한편 재산 및 자동차에 대한 보험료 비중을 줄여 실질소득이 낮은 저소득층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지난 11월에 발표한 ‘공평한 보험료 부과체계 개선방안’은 소득 중심의 일원화된 부과체계라는 장기목표에 부합하는 부과체계 개편의 중요한 첫걸음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가장 핵심적인 의의는 기존 근로소득 중심의 부과기반을 고액소득자를 중심으로 임대소득, 사업소득, 금융소득을 포함하는 종합소득으로 확대해 실질적인 부담능력에 비례하게 보험료를 부담토록 했다는 것이다. 그간 고액의 임대․사업․금융소득 등이 있는 빌딩․상가소유주, 전문직 자영자, 대주주 등 재력가가 직장가입자인 경우에는 근로소득에만 보험료가 부과되고 있었다. 전체 직장가입자 중 근로소득 외의 종합소득을 보유한 가입자는 153만명 수준이며 이들이 보유한 근로소득 외 종합소득은 19조원에 이른다. 이들은 근로소득이 주 소득원일 일반적인 봉급생활자에 비해 보험료를 과소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이들 종합소득이 있는 고소득자에 대해서는 직장가입자인 경우라도 모든 종합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다만, 종합소득에 대해 사용자의 책임은 없으므로, 이로 인한 사용자의 추가 부담은 없도록 할 것이다. 근로소득이 주요 수입원인 일반 직장가입자는 종전대로 근로소득에만 보험료를 부과할 예정이며 대상자는 고소득자에 대해 우선 적용하되 향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다. 현재 근로소득을 제외한 연소득 7~8천만원 초과자(약 3~4만명)를 대상자로 검토 중이며, 연간 약 2천억원 수준의 보험료가 추가로 부과될 전망이다.
국가경제 내의 소득을 발생시키는 다양한 경제활동 중 근로에 대해서만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은 노동의 상대가격을 높임으로써 전반적인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험료 부과기반 확대는 부담의 형평성 제고뿐만 아니라 보험료 부과의 경제적 효율성도 제고할 것으로 기대한다. 즉 부과기반 확대를 통해 보험료 부과가 민간경제의 상대가격체계와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영향을 적게 미치게 되는 것이다. 향후 타 사회보험의 경우에도 재원 조달의 형평성과 효율성 확보를 위해서는 재원의 포트폴리오를 다원화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부담능력이 있는 피부양자의 무임승차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도 마련된다. 피부양자 제도는 경제적 부담능력이 없어 직장가입자에 의해 주로 생계가 유지되는 자의 경우에는 직장가입자의 부담으로 건강보장을 한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현행 피부양자 인정요건이 사업소득이 없거나, 금융소득이 4천만원 이하인 경우로 한정돼 있어 연금소득 등 충분한 소득이 있어 스스로 생계가 가능한 경우에도 피부양자로 인정돼 보험료를 부담하지 않는 등 무임승차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득 합계 4천만원 이상, 피부양자에서 제외해 지역가입자로 전환
앞으로는 부담능력이 있는 경우에는 피부양자에서 제외해 지역가입자로서 보험료를 부담하도록 할 계획이다. 특히 현재 피부양자 인정요건에 반영되지 않고 있는 연금소득, 기타소득 등의 소득 합계가 4천만원 이상일 경우 피부양자에서 제외해 지역가입자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 경우 약 7천6백명의 피부양자가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연간 약 180억원의 보험료가 부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산․자동차에 대한 건강보험료 부담 비중을 낮출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됐다. 다만 단기보험으로서 건강보험의 특성상 재정수입 감소는 타 가입자에 대한 부담 전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 건강보험 재정에 큰 영향이 없는 수준에서 점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고 민원발생이 많은 전월세금 및 자동차에 대해 우선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전월세금의 급등에 따라 건강보험료가 상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전월세금 상승률에 상한선을 도입하기로 했다. 상한선은 관련법령 및 과거 전월세금 상승률 등을 고려 2년을 기준으로 10%로 정하고 그 이상의 인상분은 보험료 산정시 제외하게 된다. 한편 상한선 내의 인상분이라도 전월세금 인상에 따른 부채 발생 시 이를 공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다만, 부채는 공적인 입증이 가능한 부채만 인정하고, 개인 간 부채는 판결문․화해조서 등에 의한 것만 인정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전월세금에 대해 3백만원 기초공제제도를 도입해 전월세에 대한 보험료 부담을 완화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보증금이 1,800만원인 경우 300만원을 공제한 1,500만원으로 재산 보험료 부과점수를 산정하게 된다. 이 조치가 시행되면 약 103만 전월세 세대의 보험료 부담이 연간 약 546억원 정도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보험료에 대해서는 현행 배기량 기준의 불합리성에 대한 지적을 고려해 차량 시가 등으로 변경하는 방안 등 부과기준을 합리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자동차에 대한 건강보험료 부담은 단계적으로 축소해 나갈 방침이다.
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과제이다. 건강보험 재정 상황과 소득파악의 진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직장과 지역으로 이원화된 현 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의 일원화된 부과체계로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국민 누구나 합리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마련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제도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