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다문화가정 청소년을 위한 기술대안고등학교인 한국폴리텍다솜학교가 국내 최초로 문을 열었다. 스마트전기과, 플랜트설비과, 컴퓨터기계과 총 3개 과에 다문화청소년 15명씩을 전공별로 모집, 우리나라 최고 기술인력을 양성하겠다는 포부다. 대학 건물을 리모델링한 교정엔 1학년 45명의 학생들이 언어와 기술 더 나아가 한국사회를 진지하게 배우고 있었다. 점심시간 종이 울리자 양손에 한 명씩 학생들 손을 잡고 앞뒤로 흔들며 걸어오는 이상덕 한국폴리텍다솜학교 교장(57세)을 만날 수 있었다.
- 첫 학기라 학생모집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학생들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전문계 고교입시가 끝난 다음에 모집을 했는데도 정원보다 많은 학생들이 응시했다. 국제결혼으로 생긴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많아졌고 또 이들의 교육이 중요한 이슈가 됐다는 뜻일 거다. 45명 중 중국 출신이 80% 이상이고 베트남, 몽골, 러시아, 대만, 필리핀 출신 학생들이 있다. 한국에서 태어난 학생도 있지만 대부분은 현지에서 태어났다가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한국에 들어온 중도입국 학생들이다.
- 중도입국 학생이면 한국에서 태어난 학생과 차이가 있나.
아무래도 민감한 시기에 환경이 달라지니 정서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말이 안 통해 한국인 아버지와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경우가 많고. 우리나라는 여전히 혈연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입양한 청소년기 자녀를 돌보면서 지내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법률적으로 가족이어도 관계에 있어선 가족의 개념을 벗어난 가정도 있다. 한국에서 난 학생들은 초ㆍ중등과정에서 한국시스템을 경험하면서 자라 상대적으로 낫다. 그렇지만 다문화가정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취약해 자녀들의 고등학교 진학이 어려운 편이다. 우리 학교는 학비를 모두 지원하고 기숙사가 갖춰져 있는데다 극빈학생의 경우 식비까지 지원하다 보니 다문화가정의 관심이 높다. 벌써 내년도 입학 문의가 있다.
- 입학 자격이 따로 있나. 어떤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한 건가?
중등과정을 이수한 자격이 있어야 한다. 중도입국 학생이라면 본국에서 학력인정 서류를 받아 제출하면 된다. 언어능력을 우선으로 봤고 학생과 부모를 함께 인터뷰했는데 짧은 시간 대화론 부족해 내년에 학생을 어떻게 선발하나 고민이다. 언어편차가 커서 수준별 수업을 해야 하는데 그와 별개로 학력수준이 상당히 낮은 것도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중등위탁과정을 이수한 학생들도 학습훈련이나 욕구 자체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우리 학교가 잘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등과정 혹은 예비학교과정이 강화돼 이탈하는 학생을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 언어편차가 크다고 하셨는데 수업엔 지장이 없나. 외국어 교사가 없던데…
다행히 한국어를 잘하는 학생들이 있고 중간중간 자원봉사 선생님들이 와줘서 수업엔 무리가 없다. 그렇지만 앞서 말했듯 아이들의 학습능력을 파악하는 중이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당장은 교육경험이 짧은 만큼 동시에 개교한 서울다솜학교와의 교류를 통해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또 기술교육을 받을 때 꼭 필요한 능력이 어느 정도일까 예측해서 성취도를 끌어올리려고 한다. 우리나라는 기술 관련 용어로 영어가 많은데 중국, 러시아 등은 영어 노출이 적은 나라라 학생들이 영어 공부도 해야 한다. 기술에다 한국어, 영어까지 배우려니 스트레스가 많다. 아이들에게 더 밀착해달라고 선생님들께 부탁한다.
- 중국 출신 학생들이 많으면 다른 지역 출신 학생이 소외되지 않나?
사람은 다 살게 마련이라고(웃음) 소수 출신끼리 연대를 하더라. 중국 출신 학생들끼리는 중국어를 쓰기도 하고 다국적 군단은 한국어로 의사소통을 한다. 한국어만 쓰라고 강요하진 않는다. 자연스럽게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한국어를 사용할 기회를 늘려주려 한다. 한국어 사용도 높이고 자신을 표현할 기회도 주려고 방과후 학습에 연극과정을 한 번 넣었었는데 굉장히 재밌어 하고 호응이 좋았다. 직접 대사도 만들고 역할도 나누고. 여름방학 때 연극캠프를 구상하고 있다. 그때 학부모들도 참관하게 하려고 한다.
- 폴리텍다솜학교는 기술형 대안학교다. 기술교육은 어떻게 하나?
1학기라 한국어와 학교적응에 초점을 맞추고 기술과목은 기초적 개념과 용어 위주로 교육하고 있다. 2학기부턴 일부 기술교육이 더 들어간다. 3학년 때는 기술교육에만 집중해서 실습ㆍ심화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 다문화학생들이 기술 분야에 진출하는 것이 적절한가 싶기도 하다. 개인의 적성도 있지 않나.
기술 분야로의 진출은 구체적이고 취업경로가 명확해 다문화학생들에게 적절하다. 우리 학생들의 실무 기술교육이 제대로 이뤄져 취업과 연계되면 학생 개인의 경제적 자립기반이 되는 것은 물론 그 가족 전체 삶의 질이 좋아질 수 있다. 즉, 다문화청소년이 어떤 분야의 교육을 받는가 하는 것은 그 가정의 생활과 직결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국가기간산업인 기술 분야에 많은 학생들이 뛰어들고 이들이 기술을 통해 우리 사회에 정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정부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다문화청소년들은 개인의 자본 자체가 부족하다. 직업세계를 좀 더 이해하고 이들 눈높이에서 진로지도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 학교를 졸업하면 취업과 바로 이어질까.
대학, 기업과 협약을 맺는 등 여러 가지 체계를 짜고 있다. 취업에 도움이 되도록 기능사 자격증 정도는 모두 따게 할 것이다. 실습보다는 필기시험을 통과하는 게 어렵겠지. 사무자동화 능력은 기본으로 있어야겠고, 한국어능력시험도 가급적 응시하게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학생들에게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왜 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야 한다. 취업 여부보다 자기가 주도적으로 삶을 개척하겠단 태도를 갖게 하면 시간이 걸려도 원하는 방향대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 다문화청소년들이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리 잡는 데 가장 시급한 게 무엇이라고 보는가.
다문화학생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급한대로 시스템을 만들고 위탁교육과정도 많이 만들고 있는데 제일 중요한 건 다문화학생들과 함께 살아갈 우리 청소년들에 대한 교육이다. 인종차별적 인식, 교육체계에서 벗어나 차이를 다름으로 인정하고 살아갈 수 있는 교육 말이다. 학교에서 열심히 학생들을 길러내도 그들을 고용하고 인정해주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나. 결국 우리 아이들이 학교 밖에서 살아가는 것은 이들의 역량이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인식 수준에 달려 있다. 가끔 우리 학생들에게 국적이 어디냐, 나중에 돌아갈 거 아니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그럼 공부 안 시킬건가. 한국에 우호적이면 정착하고 나쁘면 돌아가겠지. 그럼 왜 돌아가고 싶겠나. 차별 때문에 그런 것 아닌가. 이젠 우리의 생각이 달라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