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했을 때 세계 최고의 투자자인 워렌 버핏은 이를 거침없이 비판하며, '쿼드러플A(AAAA)등급'이 있다면 미국은 이를 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버핏이 신용평가사의 일부 견해에 부정적인 입장인지는 몰라도 신용평가사의 주식까지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 듯하다.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헤서웨이는 3월 31일 현재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지분 가운데 12.5%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이며, 버핏은 신용평가사들의 기를 꺾으려는 정치인들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3대 신용평가사들이 계속해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리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들은 분식회계 사건으로 미국을 뒤흔든 엔론이 2001년 파산했을 당시 엔론의 신용등급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2008년 금융위기로 모기지 시장이 붕괴했을 때에도 시한폭탄에 불과한 수천 개의 구조적 모기지를 최고 등급으로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신용평가사들이 상당히 정확한 국가신용등급 평가를 내리고 있는 만큼 현재 신용평가사들에 붙은 불명예의 꼬리표가 전적으로 타당한 것은 아니다. IMF는 신용등급이 국가파산 위험을 나타내는 훌륭한 지표라고 평가했으며 채권시장이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디폴트 위험을 인지하기 수년 전부터 신용평가사들은 이미 유로존 변방국가들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용평가사들의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 남아 있다. 예컨대 일각에서는 S&P가 어떻게 미국의 신용등급을 유로존 부채위기로 곤경에 빠진 프랑스보다 낮게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또한 최근 S&P는 경쟁사들보다 먼저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이로 인해 S&P의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S&P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한 지 불과 3일 만에 일부 미국 주(州)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한 채권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추가 시사하자 시장이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한편 S&P, 무디스, 피치 등 3대 신용평가사들이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이들이 ‘국가도 인정하는(nationally recognised)' 신용평가사라는 데 기인한다. 이로 인해 신용평가사들은 ’규제 당국과 유사한(quasi-regulatory)' 지위를 부여받게 되고 이들의 판단이 은행, 보험사, 펀드를 규제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신용등급은 사적인 거래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례로 AIG의 신용등급 강등 조치 이후 AIG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막대한 추가 담보를 요구한 바 있으며, 투자헌장을 채택하고 있는 미국 연기금 가운데 약 3분의 2 가량이 3대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을 매기는 채권에 한해 투자하고 있을 정도이다.
최근에는 신용평가사들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도드-프랭크’ 법안에 따르면 법 제정 후 2년 내에 모든 연방귀관은 신뢰성 평가 척도에서 신용등급 요건을 폐지하거나 이를 적절한 다른 기준으로 대체해야만 한다. 또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신용평가를 대체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내놓았으며, 일본과 아르헨티나는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에 대한 의존도를 줄인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을 대체할 만한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인 만큼 앞으로도 많은 기관 투자자들은 3대 신용평가사에 의존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