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 1912-2006)은 1976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경제학자로서, 통화주의-시카고 학파의 태두이다. 20세기 후반의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로 인정받고 있다. 럿거스 대학을 졸업하고 컬럼비아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2차대전 중에 정부기관, 연구소 등에서 일하다가 1946년부터 시카고대학 경제학과 교수를 지냈다. 주요 저서로 「소비함수론」(1957), 「통화안정의 방안」(1960), 「미국 통화사」(안나 슈워츠와 공저, 1963), 「자본주의와 자유」(1962), 「선택의 자유」(아내 로즈와 공저, 1980), 「현상유지의 폭군」(1984) 등이 있다.
통화주의를 창시하다!
그가 활동한 초기인 1950, 60년대는 자본주의의 황금기였다. 케인즈주의 경제학자들은 재정ㆍ금융정책으로 미세조정하면 경제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그동안 독점대기업과 노동조합의 힘이 커지면서 임금과 가격이 나선형으로 상승하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또한 이윤율이 하락하여 민간투자가 위축되자 실업률이 올라갔다. 정부가 통화량을 늘리고 재정지출을 확장하는 정책을 실시해도 민간투자 촉진과 실업률 인하효과는 없고, 물가상승만 부추기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을 맞이하여 그의 이론과 정책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프리드먼은 ‘화폐는 중요하다’고 하면서 신화폐수량설을 주장했다. 통화의 유통속도는 일정하므로, 통화량이 물가와 국민소득 수준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이론을 「미국 통화사」를 통해 통계적으로 뒷받침하고, 1930년대 대공황의 가장 큰 원인도 중앙은행이 통화공급량을 크게 축소하여 신용경색을 일으킨 데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통화량 공급을 임의로 조절할 것이 아니라 준칙에 따라서 통화증가율을 일정하게 유지할 것을 권고했다.
프리드먼은 불황 극복책으로 재정정책은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재정지출을 늘리더라도 공채를 발행하여 이자율이 높아지면 민간투자가 감소하고, 세금을 더 거두면 민간소비가 그만큼 감소하는 ‘구축효과’(crowding out effect)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적자재정지출을 확대하면 실업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물가만 오르게 된다. 프리드먼은 통화량의 적절한 조절과 시장기능 활성화로 스태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유시장을 열렬히 옹호
프리드먼은 「자본주의와 자유」 등을 통해 자유와 자유시장을 열렬히 옹호했다. 자유가 있음으로써 인류 번영이 가능했으므로 개인과 기업의 경제활동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경제적 자유는 그 자체가 목적이고, 경제적 자유는 정치적 자유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수단이다. 경쟁적 자본주의 하에서도 파시즘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자본주의는 정치적 자유를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이다.
프리드먼은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고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째는 작은 정부이어야 한다. 정부의 기능은 법과 질서를 유지하고, 민간의 계약을 이행시키고, 시장경쟁을 촉진하는 데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정부가 장애인과 노약자를 보호하는 역할은 해야 하지만 이것도 자선기관이 주도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둘째는 정부 권력은 분산되어야 한다. 중앙집권이 되면 정책 집행은 효과적일 수 있지만 권력을 남용할 수 있고, 지방분권이 되어야 더 나은 통치가 이루어지는 지역으로 이사를 갈 수 있다. 빈곤 문제에 대해서는 낮은 근로소득과 면세소득의 차액을 보태주는 마이너스 소득세(negative income tax)를 도입해 저소득층의 근로를 유도하자고 주장했다.
프리드먼의 이론과 사상은 1960년대 후반부터 물가와 실업이 동시에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하자 새로운 해결책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그의 통화주의와 시카고학파는 1980년대에 ‘레이거노믹스’의 이론적 기둥이 되었다. 그러나 프리드먼의 자유 이념의 영향을 받은 경제학은 인간의 합리적 행동을 지나치게 전제하는 ‘합리적 기대이론’, 시장기구가 가격변동과 실업 등 모든 불균형을 시정해준다는 ‘효율적 시장이론’으로 발전해 나갔다. 금융시장에서 사람들의 행동이 비이성적 과열 경향이 있다는 것을 무시했다. 지나친 규제완화와 시장만능주의는 탐욕과 자만, 극심한 경제적 양극화를 낳았고, 결국 현재의 경제위기를 초래하게 되었다.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경기진작을 위한 재정정책이 사용되고 금융 분야에서 규제가 강화되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프리드먼의 경제학과 사상은 도전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