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4천억 달러의 규모로 15% 이상의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이슬람 금융의 선두에는 이슬람 채권인 수쿠크(sukuk)가 있다. 수쿠크는 부동산이나 기계 등 실체가 있는 실물 거래에 투자한 이슬람 채권을 의미한다. 이슬람에서는 성전 코란을 근간으로 한 ‘샤리아(sharia, 이슬람법 체계)의 원칙’에 따라 남에게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이자를 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수쿠크는 투자하여 얻은 수익을 배당하는 형태다. 만약 특정 사업에서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배당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영국의 ‘불독본드’, 미국의 ‘양키본드’, 우리나라는 ‘아리랑본드’라고 하는 것과 달리 이슬람 채권은 ‘이슬람본드’라고 하지 않고 아랍어인 ‘수쿠크’라고 한다.
고유가로 풍부한 오일머니를 손에 쥔 무슬림(muslim, 이슬람 교도) 투자자들이 이슬람 금융에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수쿠크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수쿠크 도입으로 오일머니를 유치하게 되면 외화조달원을 다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대부분의 중동국가의 자금이 중장기 저리자금이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우수한 기업체는 낮은 이자율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또한 이슬람 금융이 투자자와 차입자가 위험을 공유하는 원칙을 가지고 있어 차입자의 입장에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단 수쿠크는 장기투자 자본이기 때문에 만기 전에 매매가 어렵고 반드시 실물자산이 동반되어야 하는 제약이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세계 이슬람 금융자산이 2015년 3조 달러, 2020년에는 6조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수쿠크 채권을 포함한 이슬람 금융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각 기관의 발표를 증명하듯 이슬람 자본을 유인해 금융시장이 활성화되길 기대하는 국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쿠웨이트·카타르 등 이슬람 국가들을 비롯해 홍콩·아프리카 그리고 최근에는 비(非)이슬람국인 영국까지 수쿠크를 도입하겠다는 결정을 내리며 말레이시아의 뒤를 잇는 차기 이슬람 금융 허브를 꿈꾸고 있다.
박수정 KDI 경제정보센터 연구원/ ssoojp@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