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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강양구의 과학토크달리기 열풍에 ‘시큰둥‘한 과학
강양구 지식큐레이터 2026년 03월호

최근 부쩍 러닝 인구가 늘었다. 소셜미디어 기반의 ‘러닝 크루’ 문화가 2030 세대를 대표하는 여가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주말에 공원을 나가보면 무리 지어 뛰는 사람을 여럿 볼 수 있다. 여기에 참가자가 많아 열리는 족족 북적대는 마라톤 대회까지 염두에 두면 정말로 ‘뛰는 사람’이 대세다.

3월 봄기운이 올라오면 겨우내 움츠렸던 근육에 활기를 주고자 뛰는 사람이 더욱더 많아질 테다. 취향은 자유이니 뛰고 싶은 사람을 말릴 생각도 자격도 없지만, 곳곳에서 뛰는 사람과 마라톤 열풍을 볼 때마다 괜한 오지랖에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다. 뛰기는 생각보다 신경 써야 할 점이 많은 운동이어서다.

일상생활에서는 전혀 의식하지 않는 걷기와 뛰기의 구분부터 해보자. 걷기는 이동할 때 두 발 가운데 한 발이 항상 지면에 닿아 있는 상태다. 반면 달리기는 두 발이 모두 지면에서 뜨는 상태(flight phase)가 존재한다. 보통 사람의 몸은 시속 7~8km가 넘어서면 걷기보다 뛰기가 에너지 효율 면에서 더 경제적이라고 판단해 몸이 스스로 전환을 시도한다.

알기 쉽게 설명하면, 일상생활에서 보통 걷는 속도가 시속 4~5km, 급한 일이 있거나 운동 목적으로 빨리 걷는 속도가 시속 5~7km 정도다. 조깅할 때의 속도가 시속 8~10km다. 러닝 크루 초심자의 권장 속도가 시속 8~9km 정도라고 한다. 시속 11km가 넘어서면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는 ‘헤비 러너’라고 할 수 있다.

관절 자산의 ‘조기 인출’은 위험하다
논란의 여지없이 뛰기의 단점은 신체에 가해지는 ‘충격’이다. 달리기는 발이 지면에 닿을 때마다 자기 체중의 2.5~3배의 충격을 관절에 전달한다. 빨리 걷다가 조깅할 때의 속도로 넘어오면 관절 부하가 2배 이상 급증한다. 20대, 30대 때 열심히 뛰었던 이들이 40대 중반만 넘어가도 몸, 특히 다리 관절에 문제가 생겨 뛰기를 중단하는 일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젊은 시절 달리기로 관절에 준 충격은 40대 중반 이후 노화와 맞물려 뛰기는 물론이고 걷기와 같은 일상생활에도 불편을 줄 만한 관절 마모 후유증을 남긴다. 80대까지 조금씩 나눠서 사용해야 할 관절 자산을 20대, 30대 때 너무 빠른 속도로 ‘조기 인출’하고 나서 심각한 불편을 감당하는 것이다.

건강을 위해 고강도 달리기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약 5천 명을 추적 조사해 달리기 강도별 사망률을 분석한 연구가 있다. 놀랍게도 일주일에 3회 이상, 시속 11km 이상의 빠른 속도로 달리는 헤비 러너의 사망률은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사람의 사망률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런 연구 결과를 염두에 두면 마라톤 대회 출전을 목표로 시속 11km 이상의 속도로 주 3~4회 정도 뛰는 사람의 운동 효과는 극히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관절 마모까지 고려하면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고 해석할 여지도 충분하다. 통념과 다르게 마라톤과 같은 고강도 달리기는 되레 심장에 과부하를 준다. 이 과정에서 심장 근육에 미세한 흉터를 남길 수 있고, 장기적으로 부정맥과 같은 심장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반면 걷기는 심장 근육을 부드럽게 강화해 장기적으로 심장 질환의 위험을 줄인다.

미국에서도 뛰고(3만3천 명) 걷는(1만5천 명) 사람 약 4만8천 명을 6년간 추적 조사했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같은 양의 에너지를 소모했을 때, 달리기는 걷기와 비교하면 고혈압(4.2% vs. 7.2%), 고콜레스테롤(4.3% vs. 7%), 당뇨병(12.1% vs. 12.3%) 등의 위험 감소율이 낮거나 비슷했다. 달리기 예찬자가 보기엔 실망스러운 수치다.

더구나 달리기는 우리 몸의 대사 활동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오는 활성 산소를 발생시킨다. 활성 산소는 세포 손상과 유전 활동의 근간이 되는 DNA의 변형을 촉발해 노화를 촉진한다. 달리기에 심취한 이들의 노화 가속에는 야외 활동으로 쬔 자외선도 문제지만, 이런 활성 산소의 대량 발생도 무시 못 할 변수다.

시속 7km의 미학: 건강 효율 극대화를 위한 생존 전략
그렇다면 봄날에 어떻게 운동하는 게 최선일까? 흥미롭게도 코펜하겐 연구에서 운동 효과가 가장 좋은 선택지는 걷기와 달리기의 경계인 시속 7km 속도의 아주 느린 뛰기를 일주일에 한두 차례씩 총 서너 시간 하는 일이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동네를 한두 시간 빨리 걷거나 아주 느리게 조깅하는 게 기를 쓰고 뛰는 것보다 효과가 나았던 셈이다.

달리기와 걷기를 둘러싼 다른 연구를 종합해 봐도 마찬가지다. 달리기를 고수하려면 타인이 보기에 답답하다 싶을 정도인 시속 7km로 느리게 뛰는 게 운동 효과가 가장 좋다. 하지만 몸의 관절에 주는 충격을 생각해 보면, 차라리 비슷한 속도(시속 5~7km)로 빨리 걷는 게 훨씬 영리한 운동법이다.

정색하고 달리기보다 차라리 빨리 걷기가 몸에 좋은 결정적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고강도 달리기를 하면 우리 몸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도 급격하게 높아진다. 실제로는 운동을 목적으로 뛰는 것인데, 몸은 적을 만나 도망가는 비상 상태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반면 걷기는 몸을 이완시켜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결과적으로 코르티솔 수치도 낮춘다. 이럴 때 가장 긍정적인 효과는 몸의 염증 반응이 줄어드는 일이다. 마치 마사지를 받을 때 몸이 이완되면서 염증 반응이 줄어드는 효과와 비슷한 일이 걸을 때마다 나타난다. 결정적으로 걷기가 달리기보다 건강, 나아가 노화 방지에 효과적인 이유다.

모두가 뛴다고 덩달아 뛸 필요는 없다. 비록 달릴 때 일시적으로 솟는 도파민 효과(러너스 하이)를 누릴 수는 없더라도 걷기가 달리기보다 건강에는 훨씬 이롭다는 과학적 증거가 이미 충분하기 때문이다. 참, 걸을 때 발의 어느 부분부터 지면에 닿으면 좋을까? 혹시 발 앞부분이나 중간으로 걷는 것이 더 좋다는 권고를 받은 적이 있다면 지금부터 잊자.

달리기 주법의 영향으로 그런 부자연스럽고 잘못된 걷기 방법이 똬리를 틀었다. 가장 좋은 걷기 방법은 발뒤꿈치 바깥쪽부터 가볍게 지면에 닿게 한 후 발바닥 전체로 체중을 지지하고, 마지막으로 발가락 쪽으로 지면을 밀어내며 추진력을 얻는 방식이다. 문장으로 쓰니 어려워 보이지만, 그냥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가장 자연스럽게 걸었던 바로 그 방식으로 걸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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