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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평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통한 일과 가정의 양립
김종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2026년 03월호
2026년은 어느 때보다 도전적인 대내외 상황 속에서 국가 대전환을 통해 경제성장과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나가야 하는 중요한 해다. 직면한 과제 중 가장 시급한 것은 인구변화에 대응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정책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저출생 대응이다. 다행히 최근 출생아 수가 다소 증가하고 있고, 청년층의 결혼 의향이 과거에 비해 긍정적으로 변화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출산은 사회 구성원의 삶을 관통하는 사건이다. 임신과 출산, 영유아기 지원, 학령기, 청년기를 비롯해 그 이후까지 개인의 교육, 주거, 건강, 고용 등 모든 영역의 과제들이 출산율에 영향을 미친다. 개인의 삶과 밀접한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제도와 문화로 행해진 많은 것들이 변화해야 한다. 

그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정부를 비롯한 사회 각계와 함께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와 문화를 확산하는 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근거에 기반한 여러 연구를 발표함으로써 육아휴직제도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등이 강화되는 기틀을 마련했고 엄마뿐 아니라 아빠의 육아휴직 활용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후속 조사연구 결과, 이러한 노력은 일터에서 기존의 관행과 문화가 바뀌는 계기가 됐다. 이제 여성 근로자는 임신과 출산 시기에 근로시간을 단축하거나 휴가를 가기 위해 회사나 동료의 눈치를 보는 일이 줄어들었고, 어린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아빠가 짧은 기간이라도 육아휴직을 활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가 돼가고 있다. 적어도 아이를 낳아 키우는 기간에 일과 가정이 양립 가능하다는 전망은 결혼과 출산을 주저하는 많은 청년과 여성에게 긍정적 영향을 줬을 것으로 연구 결과들은 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청년과 여성이 일과 가정생활을 조화롭게 이어나가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은 과제다. 근로자 규모가 작은 사업체에서는 업무 분담 등으로 제도를 원활하게 사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우리 노동시장에는 자영업자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노동자 등 제도가 잘 포괄하지 못하는 근로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의 불안감과 차별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면 제도적 진전이 있더라도 현장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연구 과정에서 만난 많은 맞벌이 부부는 출산의 가장 중요한 선결과제로 여성의 경력 유지를 꼽았다. 이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생애에 걸쳐 맞벌이를 통해 소득을 유지하고 자녀를 양육하는 가구들의 경제적 안정성을 의미한다. 

결국 저출생에 대응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터에서 육아휴직과 같은 특정 제도의 확충뿐 아니라 근로시간과 장소 등의 유연성을 높이고, 일하는 방식을 근로자와 기업의 여건에 맞춰가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시장 참여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불합리한 차별적 관행을 없애 경력 유지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도 병행돼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모든 사회 구성원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 새해에는 가정에서 성평등한 돌봄이 일상화되고, 일터에서는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근로자와 기업이 함께 일하는 방식을 재구성해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방식을 찾아나가길 바란다. 우리 사회가 이러한 노력을 지속할 때 경제성장과 지속 가능한 미래가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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