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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완의 글 그리고 글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이완 서예ㆍ캘리그라피 작가 2015년 05월호

 

아침저녁으로 차가운 먼지가 날리는 봄이다. 아이와 초록들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봄이다. 나에겐 나의 눈을 담은 아이는 아직 없지만, 나였던 그 아이도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만, 어쩌다 마주하는 아이의 까만 눈동자를 보면서 백색 선지(宣紙) 위에 점 하나를 떨어뜨리는 상상을 한다. 다른 이의 눈치를 보지 않는 솔직함과 거짓 없음 그대로가 웃음을 주기도 하며, 때로는 어른을 멋쩍게 가르쳐 주기도 한다. 아이는 그런 천진함을 품고 자란다. 아이였던 어른이지만 세상의 때를 덕지덕지 묻히며 살아가기에, 순수함을 잃지 않는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글씨에도 이런 천진난만한 아이가 있다. 응고된 지식을 넘어 한없이 순박하며 때 묻지 않은 자유로운 선과 공간을 지닌 그런 글씨가 있다. 아이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늙어야 한다. 늙기 위해서 봄에는 자라야 하고 여름에 땀 흘리며, 뜨거운 해가 질 때 같이 걷고, 이제 추워지면 내 것이 아닌 듯 떠나보내야 한다. 아직은 철없이 글씨를 쓰지만, 때로는 무작정 천진난만한 글씨가 쓰고 싶다. 중봉(中鋒)이 뭐고 장법(章法)이 뭐며 가독성이 어쩌고, 어차피 내 것이 아닌 것들이다. 그리고 또 설레는 봄이 온다.


따뜻한 봄 같은 웃음을 쓰는 아이가 되고 싶다. 어쩌면 영원히 엄마 품속의 아이로 남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오늘 저녁엔 그 아이와 봄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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