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교육의 역사는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해방 직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2세 이상 국민의 78%가 자신의 이름을 읽거나 쓸 줄 모르는 문맹이었다. 그래서 1948년 7월에 공포된 우리나라 최초 헌법인 제헌헌법은 초등학교 교육을 무상 의무교육으로 명시하고 있다.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는 나라는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법제화된 의무교육 덕분에 1950년대 말 우리나라 초등학교 진학률은 60% 전후에 불과한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높은 96%까지 올라갔다. 여기에는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부모들의 높은 교육열도 한몫했다. 이러한 교육열은 세계 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을 오늘날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으로 발전시킨 원동력이 됐다.
급변하는 경제환경, 취약계층에 더 큰 벽으로 다가와
그런데 교육의 대상이나 분야에 따라서는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학교 안팎에서 이뤄지는 취약계층 대상 경제교육이 그중 하나다. 한때 경제 과목은 대학 입시의 필수 과목이었지만, 이제는 선택 과목에 자리하고 있다. 2025년부터 적용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대학 입시 과목에서 사실상 제외됐다. 내용이 어렵고 대학 입시에서 불리하다는 이유로 학교·교사·학생들로부터 외면당한 결과다. 대학 입시에서 경제를 선택하는 학생 수가 8만 명이었던 적도 있었는데 최근에는 5천여 명으로 줄어들었다. 경제교육은 평생 지속되는 개인의 경제활동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게 하고, 경제이해력은 경제환경의 변화나 생애주기 단계별로 직면하는 수많은 경제 문제에 대응력을 높이는 힘의 원천인데도 말이다.
정부는 2009년에 「경제교육지원법」을 제정·공포함으로써 우리나라 경제교육 활성화의 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우리 사회에 공급되는 경제교육의 질적·양적 수준은 제자리걸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1년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 국민 3천 명을 대상으로 한 경제이해력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 내에 학교 밖에서 경제교육을 받았다고 응답한 국민은 2.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도 받은 경제교육의 대부분은 한두 시간에 불과했다. ‘우리 국민의 경제교육은 초중고에서 받는 것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학교 경제교육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가르치는 교사와 학생들이 어려워해 기피의 대상이 되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학교 안팎에서 시행되는 장애인을 포함한 취약계층에 대한 경제교육이다. 취약계층 대상 경제교육은 일반인용으로 만들어진 자료를 토대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특정 대상이나 거주 지역에 따라서는 경제교육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물론 취약계층 대상 경제교육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나,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잘 살아갈 수 있게 하려는 교육목표에는 미치지 못한다. 일례로 발달장애인과 같은 교육대상에는 일회성이 아닌 반복 교육이 필요한데 현장에서는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부는 199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단위로 5차에 걸쳐 ‘특수교육발전 5개년 계획’을 추진해 왔다. 이를 통해 국가장애인평생교육센터 설립 등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올해는 ‘제6차 특수교육발전 5개년 계획’ 추진의 첫해다. 그런데 계획안에는 진로와 취업에 관한 교육은 일부 포함돼 있으나, 경제의 원리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경제적 자활을 꿈꾸거나 실현할 수 있게 하는 경제교육은 없다. 일반 학생의 경제교육도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는데, 하물며 전문 교재나 강사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장애인 대상 경제교육이 어떨지 유추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현재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경제교육은 공급자의 시각에서 일반화된 내용으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고, 관련 연구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KDI가 최근 발표한 「취약계층 대상 경제교육 현황 및 특성에 관한 연구」 는 취약계층별 특수성을 반영하면서도 경제생활에 필요한 핵심 경제역량과 경제교육 필수내용을 도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보고서는 경제교육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취약계층의 사회적·경제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경제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경제환경이 급속히 변화하면 취약계층의 경제활동은 상대적으로 위축된다. 디지털 사회로의 이행이 가속화하면서 키오스크나 앱을 통한 물건 구매가 일상화되고 있지만 노인이나 발달장애인과 같은 취약계층에는 소비활동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것부터 벽이다. 따라서 이들이 직면한 경제활동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나아가 시장경제의 작동 원리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경제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다행히 기획재정부가 올해 경제교육 예산을 전년 대비 80% 가까이 증액하고, 전국 15개 지역경제교육센터를 통해 취약계층 대상 경제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취약계층 맞춤형 교재 및 전문강사 등 인프라 확충,
공공 부문 경제교육의 우선 과제 돼야
취약계층 대상 경제교육은 더불어 잘 사는 복지사회를 구현한다는 점에서 공공성이 강하다. 「경제교육지원법」상 경제교육 총괄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취약계층 대상 경제교육을 강화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정부를 중심으로 공공 부문이 취약계층을 위한 종합적인 경제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취약계층이 처한 경제적 상황 등을 고려한 맞춤형 교재의 개발과 이를 전파할 전문강사 양성 등 경제교육 인프라 확충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취약계층은 금융사기 등에 노출될 경우 이를 복원할 기회나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삶의 고통이 더 깊고 지속 기간도 더 길 수 있다. 취약계층 경제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한 이유다. 이제 한 번쯤은 우리 사회가 취약계층을 위한 경제교육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자문해 볼 때다. 취약계층 경제교육 같은 사각지대는 물리적인 접근성에서뿐만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서도 일어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