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ENG
  • 경제배움
  • Economic

    Information

    and Education

    Center

칼럼
혁신을 만나다반려동물 헬스케어 기술로 한 걸음 더 가까이
허은아 에이아이포펫 대표 2024년 08월호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들은 상상한다. 마법이 일어나 반려동물이 아플 때 돌봐달라고 말해주기를. 그러나 인간은 개의 말을 모르고, 개는 인간의 말을 하지 못해 우리는 서로 고통스럽다. 반려동물 헬스케어 전문기업 에이아이포펫은 AI를 이용한 반려동물 앱 ‘티티케어’를 운영하고 있다. 티티케어앱에 반려동물의 눈, 피부, 치아, 관절 등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리면 AI가 동물을 대신해 건강 이상징후를 분석해 알려준다. 에이아이포펫은 기술로 전 세계 반려인들이 꿈꾸던 마법을 실현하고 있다.
 

AI와 빅데이터 분석 분야에서 20년가량 활약하던 허은아 대표는 창업을 고민하다 논문 한 편을 보게 됐다. “이미지 데이터에 기반한 반려동물의 건강 체크와 관련한 논문이었어요. 당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국민건강보험이 보유한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의 질병을 예측하는 일을 주로 했는데, 이걸 반려동물에 적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저도 반려인이고 강아지가 나이를 먹으면서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할 무렵이었거든요.”

평소 다뤄오던 기술이라 부담이 없었고, 본인에게도 필요한 서비스였다. 결국 해보자는 결심이 섰다. 한때 스타트업 엑시트를 경험한 남편이 분명 좋은 아이템이지만 객관적인 검증을 거친 후에 사업을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그렇게 스타트업 지원·육성 프로그램인 포스코 IMP 경진대회에 도전했고 짧은 준비기간에도 탑티어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그리고 2020년 4월, 허은아 대표는 대회를 통해 받은 시드 투자와 주변의 도움으로 회사를 시작한다.

반려동물과 반려인 모두를 행복하게

회사명은 창립 멤버 7명이 각자 아이디어를 냈고, ‘에이아이포펫’으로 최종 결정됐다. “직관적으로 지었어요. 펫을 위한 AI, AI기술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죠. 한 번만 들어도 기억하기 좋은 이름이길 원했어요.”

코로나19 시기에 창업했던 터라 비대면 진료서비스가 주목받을 때였다. 시드 투자도 시리즈A 투자도 어렵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한두 달 사이에 벤처투자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설상가상으로 티티케어앱이 구글플레이 서비스 일주일 만에 강제 종료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티티케어는 간단하게 스마트폰으로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서비스였습니다. 하지만 구글에서는 사진만으로 건강 정보를 알려준다는 게 문제가 있다며 종료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계속되는 설명에도 구글은 완강했다. 결국 의료기기라는 국가 인증서를 받아오면 재고하겠다는 답변을 얻었다. 창립 1년 만에 회사도 서비스도 사라질 수 있는 위기였다. 문제는 또 있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알아보니 우리나라에서 소프트웨어는 의료기기 허가 품목 대상이 아니었다. 이번엔 그 필요성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담당자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절박한 마음이었습니다. 수많은 논문과 해외사례 등을 제시하며 우리나라도 이제 관련한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죠. 6개월의 시간이 흘러 결국 허가를 받았고, 재론칭할 수 있었습니다.”

티티케어는 그렇게 우리나라 1호 동물용 의료기기 의료영상진단 보조 소프트웨어가 됐다. 허가를 받는 데만 보통 1년 이상이 걸리고, 새로운 규정을 만들기는 더욱 힘든 현실에서 정말 운이 좋았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은 계속 등장했다. 대한수의사회와의 협의는 국무조정실이 주관하는 ‘갈등 해결형 규제 샌드박스’가 돌파구가 됐다. 조금 늦더라도 유관기관과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 갈등 해결형 규제 샌드박스를 선택해 2주에 한 번씩 대한수의사회와 대화했다.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비대면 진료 사례를 보여주며 설득했고 시범서비스를 해보자는 합의에 도달했습니다. 올 4월 첫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티티케어를 통해 서비스하는 병원은 물론 소비자의 만족도도 높습니다. 앞으로 진료 범위도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에이아이포펫은 미국에서 열리는 CES에서 2022년과 2023년 연속으로 혁신상을 수상했다. “창업진흥원의 후원으로 CES에 참여했습니다. 혁신상을 받은 후 언론에 노출이 많이 됐어요. 한국뿐 아니라 폭스 뉴스 등 해외 언론에도 소개가 됐죠. 수상을 통해 객관적으로 기술이 검증됐다는 걸 증명할 수 있었고, 다음 해 재수상으로 신뢰는 더 견고해졌습니다.”

언론 노출이 늘면서 개인 이용자를 비롯해 B2B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미국 내 반려동물 관련 업체들의 미팅 제안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중동, 아시아 등의 여러 회사와 계약하는 등 지난 3년간의 치열한 노력의 결과물이 하나둘 완성될 예정이다.

AI 기술로 완성하는 새로운 반려문화

티티케어는 현재 미국에서 활발하게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에선 병원비가 비싸 반려동물이 아파도 병원에 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반려동물의 건강을 집에서 체크해 볼 수 있다는 건 굉장히 반가운 일이죠. 특히 실시간 수의사 상담 서비스는 유료지만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질문을 올리면 24시간 안에 수의사들이 답을 달아주는 무료 게시판 상담도 제공합니다. 일반의약품까지 추천을 해주는데 우리와 관련 법이 달라 가능한 일입니다.”

허은아 대표는 기술의 발전은 반려인과 반려동물의 행복한 삶에도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 기대한다. 그 중심에 에이아이포펫이 자리하기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AI 기술이 현재 상당 수준에 도달했지만, 말 못 하는 동물을 상대하는 일이라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표정을 기반으로 감정을 읽는 등 전문가의 솔루션에 도움을 주는 기술로 발전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저희를 통해 반려동물과 반려인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기술 발전과 더불어 반려동물에 대한 이해도 향상 역시 중요하다. 에이아이포펫은 미국의 수의사 마티 베커가 2016년 설립한, 반려동물의 정서적 안정을 추구하는 단체 ‘피어프리(Fear Free)’와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오는 8월 31일 피어프리 한국이 정식 론칭합니다. 앞으로 더 나은 반려동물 문화가 피어나고, 거기에 에이아이포펫이 일조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4년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초창기 직원들이 ‘우리의 꿈은 나스닥 상장’이라고 장난처럼 했던 말도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다. 7명으로 시작해 42명의 직원이 꿈을 키우고 있는 에이아이포펫의 허은아 대표는 창의와 혁신을 이렇게 정의한다. 

“글로벌 회사들이 찾아와 미팅하고, 팔로업하는 것을 보며 저와 회사의 목표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물론 일을 대하는 태도나 자세 역시 꿈에 걸맞게 적극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라도 혁신이 되려면 행동해야 합니다. 물론 그 과정은 결코 계획대로 흘러가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하나하나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당신이 꿈꾸는 혁신도 조금씩 완성될 것입니다.” 
 
글·이재영 듣고 쓰는 사람 soulcopy@empas.com
보기 과월호 보기
나라경제 인기 콘텐츠 많이 본 자료
확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