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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평관람객 세계 3위, 국립중앙박물관의 과제는?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2026년 05월호
요즘 국립중앙박물관이 ‘핫플’이 됐다. 지난해 연간 관람객 수는 650만 명으로 루브르 박물관(904만 명), 바티칸 박물관(693만 명)에 이어 세계 3위를 달성했다. 4위는 영국박물관(644만 명), 5위는 메트로폴리탄박물관(598만 명)이다. 이는 K컬처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의 문화적 민도(民度)가 그만큼 높아졌음을 말해주는 것으로, 월드컵 3위나 자동차산업 세계 매출 3위에 견줄 만한 문화적 성취라고 볼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13개 지역 소속박물관까지 합치면 연간 관람객은 1,470만 명에 이르며, 이는 프로야구 연간 관람객 수를 훨씬 상회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관람객은 다른 세계 유수 박물관들과는 다른 특징을 보인다. 먼저 국민의 문화 향유 수준이 매우 높다. 세계 미술이 아닌 우리 문화유산 전시를 중심으로 하는데도 높은 관람률을 보이고 있다. 또한 다른 박물관들의 경우 주로 노년층이나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것과 달리 우리는 젊은 층이 많다. 이는 박물관 관람이 생활 문화로 정착했음을 보여준다. 마치 우리의 일상 문화를 바탕으로 한 K컬처가 세계의 사랑을 받는 것처럼 우리 역시 문화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향유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이런 성취는 용산 개관 이래 지난 20년간 꾸준히 진화해 온 결과다. 박물관이라고 하면 오래된 유물을 진열하던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으나 지금은 모두가 즐기며 자랑하는 우리 역사와 문화의 심장으로 바뀌었다. 교육적 가치와 미적 아름다움을 갖춘 유물이 가득하며, 공연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곁들인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진행한 ‘국중박 분장놀이’는 전 국민이 함께 유물로 분장하는 축제로 엄청난 호응을 얻으며 박물관이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자 즐거운 문화공간임을 보여줬다.

특별전 역시 미술품 중심에서 생활과 인물을 아우르는 방향으로 주제를 다변화했다. 지난해 진행한 특별전 ‘우리들의 이순신’, 그리고 올해 전시 예정인 ‘우리들의 밥상’전이 이를 잘 보여주는 예다.

전시 디스플레이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코로나19 시기에 도입한 디지털 실감 영상관과 반가사유상 두 점만을 집중 전시한 ‘사유의 방’, 오감으로 성덕대왕신종의 소리를 느낄 수 있는 감각전시실 ‘공간_사이’, 대동여지도의 실제 크기를 구현한 전시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또한 세계 미술 초대 특별전을 통해 서울에서도 세계 유명 박물관이 소장한 명화를 감상할 수 있게 했다. 미국 메트로폴리탄의 소장품을 전시한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고대 그리스·로마의 신화와 문화를 볼 수 있는 ‘그리스가 로마에게, 로마가 그리스에게’, 카타르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의 이슬람 전시품을 소개한 ‘이슬람 미술,  찬란한 빛의 여정’이 그 사례다. 올해에는 영국 V&A의 ‘마리 앙투아네트 스타일’전, ‘태국미술’전 등이 예정돼 있다.

이처럼 국립중앙박물관은 시대의 요구에 맞춰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해 왔다. 그러나 세계 3위라는 성과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도약을 위한 출발점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증가하는 관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공간 확충이 시급하다. 전시와 교육, 체험 기능을 더욱 유기적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제2관 증축과 같은 중장기적 인프라 계획이 필요하다. 또한 식당, 카페, 주차장 등 기본적인 편의시설 역시 현재의 관람객 규모에 걸맞게 개선돼야 한다.

아울러 박물관 외부 공간에 대한 재정비도 요구된다. 야외 정원은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문화 경험이 확장되는 또 하나의 전시공간이 될 수 있다. 실내 전시의 감동이 자연스럽게 외부 공간으로 이어질 때 박물관은 비로소 하루를 온전히 머물 수 있는 문화 플랫폼으로 완성될 것이다. 우리 박물관은 계속 진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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