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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임정욱이 만난 혁신기업가"암모니아를 이용한 청정에너지 혁명을 꿈꿉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공동대표 2026년 05월호

우성훈 아모지 대표
“암모니아를 이용한 청정에너지 혁명을 꿈꿉니다”
2024년 9월 뉴욕 허드슨강에 예인선 한 척이 조용히 떠올랐다. 이름은 ‘NH₃ 크라켄(Kraken)’. 디젤엔진을 떼낸 자리에 암모니아(NH₃)를 수소로 분해하는 개질기(cracker)와 수소 연료전지 모듈을 얹은 세계 최초의 무탄소 암모니아 추진 선박이었다. 이 배를 띄운 회사가 바로 아모지(Amogy)다. 뉴욕 브루클린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MIT 박사 출신 한국인 4명이 2020년 11월 공동 창업한 에너지 기술 스타트업이다. 지금까지 아마존, 아람코, 테마섹, 삼성중공업, SK, GS 등 전 세계 투자자로부터 누적 3억2천만 달러(약 4,600억 원)를 유치했다. 마침 지난 4월 한국을 방문한 아모지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우성훈 대표를 만났다.

누적 투자액 4,600억 원 유치한 에너지 기술 스타트업···
독자적 촉매기술로 암모니아 구동 예인선 등 실증 성공
포항공대 재료공학과를 나와 MIT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병역특례까지 마친 우 대표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연구자 타입’으로 보였다. 언제부터 창업을 꿈꿨느냐는 질문에 그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연구가 적성에 안 맞는 것 같기도 하고 회사 생활을 해보고 싶어” 미 IBM 왓슨 연구소로 향했지만 엔지니어로서 좁은 분야의 일만 반복하는 일상이 점차 답답하게 느껴져 창업이라는, 당시로서는 막연한 결심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사실 그의 전공은 반도체였다. 암모니아는 그야말로 생소한 분야. 창업을 결심하고 MIT 시절 한국인 동갑(1989년생) 친구들에게 연락을 돌리던 중, 한 친구가 암모니아를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때 처음 ‘재밌겠다’, ‘의미 있겠다’고 생각해 창업 주제로 삼았습니다.” 미 IBM에 있던 그와 한국의 삼성전자·KIST에 있던 세 친구가 의기투합해 2020년 뉴욕 브루클린에 자리를 잡았다. 회사 이름 ‘아모지’는 암모니아(Ammonia)와 에너지(Energy)의 합성어다.

왜 하필 암모니아였을까. 우 대표는 “수소경제의 가장 큰 병목이 저장과 운송 비용”이라고 진단했다. 수소를 연료로 쓰려면 영하 250도까지 냉각해야 하는데 비효율적이고 값이 비싸다. 반면 암모니아는 탄소가 없고 에너지 밀도가 액화수소보다 40%가량 높으며, 비료용으로 이미 전 세계에 저장·운송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 한국만 해도 울산, 여수, 인천에 암모니아 터미널이 있다. “이렇게 좋은 물질을 연료로 써서 발전하는 기술이 없었고, 그걸 처음 만들기 시작한 회사가 아모지”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핵심은 암모니아를 수소로 분해하는 촉매기술이다. 아모지의 촉매는 기존 상용기술보다 200~300도 낮은 반응 온도에서도 높은 전환율을 보인다. 덕분에 기존 산업 플랜트에서나 가능하던 암모니아 개질(改質)을 40피트 컨테이너 안에 담는 모듈형 발전기로 구현했다. 

회사가 걸어온 길은 그야말로 실증의 연속이다. 2021년 세계 최초 암모니아 구동 드론(5kW)을 띄웠고, 2022년 트랙터(100kW), 2023년 클래스 8 세미트럭(300kW)을 거쳐, 2024년에는 앞서 소개한 NH₃ 크라켄 예인선까지 성공했다. “한국이었다면 규제 때문에 이 사이클을 이만큼 빨리 돌릴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우 대표의 이야기다. 아모지의 초기 거점이 됐던 뉴욕 브루클린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뉴랩(Newlab)’은 전력과 환기 설비, 안전 규제 대응을 갖춘 곳으로 일종의 샌드박스 역할을 했다.

지금은 SK, 아람코, 테마섹, 아마존, 삼성중공업, BHP, 미쓰비시상사 등 미국, 유럽, 아시아, 중동의 쟁쟁한 투자자들이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출발점은 초라했다. 창업 당시 우 대표는 어느 회사가 벤처캐피털(VC)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할 수 있는 방법이 콜드 이메일뿐”이었던 그는 4개월 동안 400통 가까운 메일을 보냈고, 그중 답을 받은 곳은 10군데도 되지 않았다. 그 10곳 중 하나였던 영국의 AP 벤처스가 시드 라운드(300만 달러)의 3분의 2를 베팅하면서 비로소 문이 열렸다.

올 하반기부터 거제조선소에서 발전기 위탁 생산,
포항 영일만에 그린암모니아 기반 무탄소 발전소 구축  

토종 한국인으로서 미국에서 창업에 도전해 국적도 성격도 제각각인 투자자를 어떻게 한자리에 모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정답이 따로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답했다. 대신 그가 강조한 것은 ‘긴 호흡’이다. 한번 이야기를 시작하고 당장 투자 거절을 당하더라도 길게 가면서 신뢰와 관계를 쌓는다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건 2024년 말이었지만, 첫 미팅은 2022년 중반이었다. 아마존도 시드 단계부터 검토해 오다 훗날 투자를 확정했다. “하드웨어 중공업은 자본집약적이라 끝까지 가려면 수많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밸류체인을 아우르는 지지자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현재 아모지의 임직원은 100명을 넘는다. 이 중 한국인은 6명 남짓이고 나머지는 현지 채용이다. “뉴욕이라는 도시 자체에 훌륭한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런 분들을 일찍부터 모시고 올 수 있었다는 것이 행운입니다.”

눈에 띄는 점은 공동창업자 4명 중 CEO인 우 대표와 또 한 명을 제외한 2명이 C레벨(최고 경영진)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창업자들은 모두 연구를 하던 사람들이라 에너지 사업과 제조업에 훨씬 경험 많은 분들을 모셔 의사결정 권한을 드렸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투자자 미팅만큼이나 인재 영입에도 시간을 쓴다. “좋은 사람이 보이면 2~3년이 걸리더라도 계속 설득합니다.”

미국 회사인 아모지와 한국의 연결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2월 한국 법인을 설립했고 서울 신논현역 인근에 사무실을 열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아모지의 발전기를 위탁 생산한다. 우 대표는 “미국에서 직접 공장을 지어본 경험상 제조업은 아시아가 절대적으로 뛰어나다”며 “아모지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제조는 한국 파트너와 함께하는 구조가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포항 영일만 프로젝트다. 지난해 시행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따라 GS건설, HD현대인프라코어와 함께 이차전지·철강 기업이 몰려 있는 영일만 일반산업단지에 그린암모니아 기반 무탄소 발전소를 짓는다. 2027년 1분기 1MW 실증을 시작으로, 2028년 이후 40MW 상용 단계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대에 한국 수출기업이 청정 전력을 조달하는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5년 후의 아모지는 어떤 모습일까. 우 대표의 대답은 의외로 담담했다. “5년 전 창업할 때도 지금의 아모지를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5년 후를 고민하기보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게 목표입니다.” 다만 초기 투자자 회수 일정을 고려하면 향후 2~3년 내 IPO 등의 기회가 가시권에 들어올 것이라는 전망은 덧붙였다.

국내 대학을 나와 미국에서 딥테크 창업에 성공한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제가 조언을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면서도 그는 한 가지는 분명히 말했다. “창업은 해볼 만한 일입니다. 성공 여부를 떠나 인생에서 이렇게 농축된 경험은 다른 데서 하기 어렵습니다.” 

암모니아를 이용한 청정에너지 혁명을 꿈꾸는 아모지가 제조업 강국인 모국을 발판으로 성과를 내 곧 유니콘으로 성장할 것을 기대한다. 한국 경제성장의 파트너가 될 아모지 같은 미국의 한인 창업기업을 앞으로 주목해야 한다. 

토종 한국인으로서 미국에서 창업에 도전해 국적도 성격도 제각각인 투자자를 어떻게 한자리에 모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정답이 따로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답했다. 대신 그가 강조한 것은 ‘긴 호흡’이다. 한번 이야기를 시작하고 당장 투자 거절을 당하더라도 길게 가면서 신뢰와 관계를 쌓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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