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2013~2014년 즈음 뉴욕에서 온 새로운 도넛 ‘크로넛(크루아상+도넛)’ 열풍이 불었다. 오픈런이라는 말도 막 퍼져나가던 시기였다. 국내 유명 제과업체가 들여와서 서울 강남과 명동의 직영점에서 팔았다. 사람들이 몰려가서 줄을 섰고 페이스북(당시 이 앱의 지위는 요즘 인스타그램에 버금갔다)에 인증샷이 올라왔다. 그렇게 뜨나 싶더니 사그라들었다. 요즘 세대는 그 존재도 잘 모를 것 같다.
크로넛은 2013년 뉴욕의 도미니크 앙셀 베이커리에서 시작된 특이한 과자 겸 빵이다. 크루아상 반죽을 도넛처럼 튀겼다. 초기에 하루 딱 300개 한정 판매라는 걸로 더 유명했다. 국내 프랜차이즈들이 이걸 들여올 땐 마치 뉴욕의 국민 간식인 것처럼 홍보했다. ‘카피캣’들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수그러들었다.
두쫀쿠 얘기를 하고 싶은 거다. 시대의 유행으로 치부하기에는 후유증이 크다. 전국의 많은 청년 제과업자는 두쫀쿠에 들어가는 재료를 비싼 값에 잔뜩 사놓았는데 팔 길이 막막하다며 낭패를 봤다고 한다. 나는 피스타치오를 사서 즐겨 먹는데 어느 날 인터넷에서 재고가 바닥났다. 카다이프의 경우에는 새우와 생선 등을 감싸서 굽는 메뉴를 팔기도 했는데 두쫀쿠 유행 이후 포기했다. 재료가 없는데 어쩌란 말인가. 이건 해프닝으로만 보기 어렵다. 반면 과거 크로넛 같은 건 파급도 아주 적었고, 일부의 일처럼 그야말로 해프닝 같았다. 이제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전 국민이 말한다.
“그래, 두쫀쿠 다음은 뭐야?”
벌써 잊었겠지만 우리에겐 탕후루가 있었다. 탕후루를 파는 프랜차이즈가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사람들은 이러다가 ‘훅’ 간다고 걱정했다. 가맹한 작은 가게들의 운명을 예측했다. 결과는 뼈아팠다. 그렇게 탕후루는 대열광의 시대를 지났다. 다시 그 영광을 찾을 수 있을까. 아마도 어려울 것이다. 뜨기를 열망하는 예비군들, 즉 ‘다음은 뭐야?’ 하고 사람들이 기다리는 대열이 있어서다. 요새는 버터떡이다. 다들 예견하고 있다. 이것도 한여름 밤의 꿈 같은 것일 거라고. 아니길 바란다. 저 유행 끝에 얼떨결에 올라탄, 안 팔면 손님이 빈손으로 나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만들어 파는 카페 업주들이 걱정된다. 기술을 배우고 장비도 사서 그럭저럭 만들어낼 즈음엔 다음 무언가가 나오지 않겠는가.
과거로 더 가보자. 독일 전통 과자로 홍보되며 망치로 깨뜨려 먹는 퍼포먼스를 앞세웠던 슈니발렌은 한때 백화점 식품관의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딱딱한 밀가루 맛이라는 본질적인 한계를 넘지 못하고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모바일 기기의 보급과 SNS의 발달은 유행의 발생과 소멸을 광속으로 몰아넣었다. 과거엔 유행이 입소문을 통해 서서히 번졌다면, 지금은 인스타그램의 릴스나 틱톡의 숏폼 영상을 통해 며칠 만에 전국적인 현상이 된다. 스웨덴 사람들에게는 소박한 동네 사탕인 스웨디시 젤리라는 것도 요새 난리다.
모를 일이지만 결코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다. 물론 재미없는 세상, 이런 여흥도 좋지 않나 싶다. 핸드폰을 열어 딸깍, 60초짜리 숏폼이니 틱톡이니 보는 즐거움도 존중해야 한다.
다 좋다. 하지만 이런 유행과 몰락의 징후 뒤에는 벼락치기로 큰돈을 벌려는 한탕치기 선수들이 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
대세에 따를 수밖에 없어 눈물을 흘리는 자영업자들을 생각해 보니 더 그렇다. 솔직히 이젠 오픈런과 품절 대란이라는 이야기만 들어도 지긋지긋하다. 유행이라는 말만 들어도 불안해진다.
‘나만 뒤떨어지는 건 아닐까? 저걸 안 사면 나만 바보가 되는 걸까’ 싶어서다. 그렇게 봄이 가고 있다. 올여름엔 뭐가 나와서 또 세상을 흔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