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 반값여행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인구감소지역 가운데 16곳을 대상으로, 관광객이 현지에서 쓴 인정소비액의 50%를 지역화폐로 사후 환급하되 1인당 지원액은 최대 10만 원으로 제한하는 방식이다. 얼핏 보면 여행경비 일부를 보조해 지역 방문을 늘리려는 단순 지원사업처럼 보이지만, 이 정책의 핵심은 얼마를 지원하느냐가 아닌 관광객의 지출을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게 설계했느냐에 있다. 이 글은 국가관광 전체의 순효과보다 인구감소지역의 경제활성화를 겨냥한 반값여행 정책의 설계에 주목한다.
20만 원 기준점에 숨겨진 것은?
실제로 소비 움직일 수 있는 구간에서 추가 지출 부담 ↓
관광객이 지출하게 되는 ‘20만 원’은 50% 지원과 10만 원 상한이 만나 만들어진 기준점이다. 이 정책은 지원 총액을 늘리는 데 초점을 둔 것이 아니라 관광객이 추가로 지출할 때 느끼는 부담이 어느 구간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반영하고 있다. 관광객은 총여행경비만 보고 움직이지 않는다. 돈을 조금 더 쓸 때 그 지출이 얼마나 부담스러운지에 따라 행동이 달라진다. 20만 원까지는 추가 지출의 부담을 낮춰 소비 유인을 만들고, 그 이상의 지출에 대해서는 추가 보조를 멈춤으로써 지원이 고액 소비를 끝없이 따라가지 않게 했다.
물론 이 기준점은 모든 관광객에게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원래 관광지출이 20만 원 이하인 관광객에게는 이 제도가 추가 소비를 늘릴 유인으로 작동한다. 식사, 체험, 소매구매, 숙박 같은 항목에서 지출을 늘리더라도 실제 부담은 절반 수준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반면 20만 원을 조금 넘는 지출을 계획한 관광객에게는 이 기준점이 지출을 그 안팎으로 조정하게 만드는 신호가 된다. 또 20만 원을 한참 뛰어넘는 고지출 구간에서는 추가 소비 유인이 약해지고 새 소비를 넓히기보다 기존 지출의 일부를 보조하는 성격이 강해진다. 더 많이 쓰는 사람에게 보조하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로 추가 소비를 늘릴 수 있는 구간에서 추가 지출 부담을 낮추는 방식인 것이다.
이 설계가 흥미로운 이유는 관광지출액의 평균이 아니라 분포를 본다는 데 있다. 정책의 효과를 가르는 것은 평균지출이 아니라 관광객의 지출이 어느 구간에 많이 놓여 있는가다. 20만 원 이하에 지출이 넓게 분포해 있을수록 정률 지원은 실제 행동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처음부터 고지출 구간에 많이 놓여 있다면, 같은 제도라도 새로운 소비를 넓히기보다 기존 소비를 보조하는 성격이 강해질 수 있다. 결국 좋은 설계란 평균적인 관광객을 상정하는 설계가 아니라, 실제 관광 소비지출 분포 위에서 실제로 어떤 행동 반응이 나타나는지를 고려하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평균 1회 숙박여행 경비가 약 22만 원 수준이라는 점까지 함께 놓고 보면, 20만 원 기준점은 더욱 분명하게 읽힌다. 최대 혜택이 완성되는 20만 원은 평균 숙박여행 경비보다 약간 낮은 지점에 놓인다. 즉 행정 편의적으로 보기 좋은 숫자를 정한 것이 아니라, 관광객의 실제 소비지출과 그 분포를 고려해 유인이 가장 넓게 작동할 수 있는 구간에 기준점을 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더욱이 개인 3만 원, 2인 이상 5만 원이라는 최소 소비금액 기준이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정책이 없어도 어차피 발생할 가능성이 큰 기본 지출까지 무차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소비가 이뤄질 때 비로소 지원이 작동하도록 설계했다는 뜻이다. 즉 지원의 시작점부터 기본 소비와 추가 소비의 경계를 의식하고 있으며, 예산이 실제 행동 변화를 유도할 가능성이 큰 구간에서 작동하도록 짜여 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축적되는 자료를 바탕으로 이 기준이 지역별 특성에 얼마나 잘 맞는지를 점검해 나가는 일일 것이다.
한편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은 이 설계를 지역정책으로 완성시키는 요소다. 인구감소지역을 정책 대상으로 삼은 데에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분명한 정책 목적이 있다. 그리고 이 선택은 반값여행 지원정책의 유인 구조와도 맞물린다. 인구감소지역은 관광객의 통상적 지출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20만 원 이하 구간에서 정률 지원이 넓게 작동할 수 있다. 즉 지역 선정은 정책의 방향을 보여주고, 20만 원 기준점은 그 안에서 관광객의 소비행동을 촉진한다. 어디를 대상으로 할 것인가와, 그 지역에서 어떤 구조로 유인을 설계할 것인가가 하나의 정책 안에서 맞물리는 셈이다.
또한 이 정책은 단순한 관광객 보조금 지급정책이 아니라 장소 기반 관광정책이다. 지원 대상에서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의 교통비를 제외하는 대신 지역 안에서의 소비는 비교적 자유롭게 이뤄지도록 설계하고 환급도 지역화폐를 선택했다는 점이 그렇다. 이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관광정책이라면 지원 예산이 밖으로 새지 않고 정확히 해당 정책 대상 지역 안에서 돌도록 해야 한다. 만약 교통비를 지원했다면 보조금의 상당 부분은 철도, 버스, 주유 같은 외부 지출로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크다.
교통비 제외하고 지역 내부 소비에 초점…
재방문과 장기적 관계 형성까지 설계해야
더 나아가 인구감소지역에 필요한 것은 단기 관광객의 일회성 소비만이 아니다. 결국 지역의 식당과 카페, 소매점과 생활서비스를 유지하는 힘은 반복적으로 방문하고 머무르며 소비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다시 말해 일회성 관광객뿐 아니라 지역을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생활인구가 두터워져야 지역의 일상적 소비와 다양한 시설, 곧 어메니티(amenity)도 유지된다. 그런 점에서 반값여행 지원정책은 첫 방문을 유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재방문과 장기적 관계 형성까지 확장·연결하는 방향으로 다음 단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반값여행 제도가 기간형 관광카드 체계로 발전하고 이를 지역상품권과 결합한다면 일시적 방문을 반복적 소비로, 단기 관광객을 생활인구로 전환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디지털관광주민 제도와의 연계를 통해 이러한 전환을 더욱 뒷받침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반값여행 지원정책은 인구감소지역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와 20만 원이라는 기준점을 결합해 행동 변화를 유도하도록 설계된 좋은 사례다. 여기에 교통비를 제외해 장소기반성과 생활인구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까지 갖췄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이 정책은 관광정책이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행동을 설계하는 일임을 보여 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간 우리의 정책 현실에서는 과학이 설계의 출발점이 되기보다 정책이 만들어진 뒤 그것을 설명하고 정당화하는 언어로 동원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러한 관행은 정작 필요한 과학적 설계를 가로막는다. 진짜 과학은 정책을 사후에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처음부터 누구의 행동을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설계하는 원리여야 한다.
앞으로의 관광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얼마나 지원할 것인가보다 더 우선시돼야 할 것은 그 지원이 어디에서 어떤 행동을 바꾸도록 설계돼 있는가다. 정책의 성패는 선한 의도에 있지 않다. 그 의도를 실제 행동 변화로 번역하는 과학적 설계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