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3∼15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약 9년 만에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담은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발발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위기라는 복합적 국제 정세를 배경으로 성사된 만큼 세계경제와 지역 안보에 미칠 파장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실제 회담 결과, 화려한 수사 뒤 구체적 성과는 제한적인 모습이었고 대만, 이란 등 핵심 이슈에서는 여전히 뚜렷한 이견을 보였다. 이 글에서는 미중 정상회담의 주요 결과를 살펴보고, 지난 1∼4월 중국경제 동향을 평가해 보고자 한다.
5월 미중 회담서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 채택…
필요한 분야는 협력하고 민감한 이슈는 수위 조절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 중 하나는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Constructive Strategic Stability Relationship)’ 개념의 등장이다. 미중은 이를 향후 3년 이상 양국 관계의 기조로 삼기로 합의했다. 중국에서는 이를 두고 협력과 함께 절제된 경쟁을 우선시하고 관리 가능한 이견을 허용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잔여 임기 동안은 전면적인 협력도 대립도 아닌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는 해석도 있다. 즉 경제적 측면에서 완전한 디커플링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필요한 부분에 한해 협력하되 안보 문제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는 서로 위험 수위를 넘지 않고 전략적 안정을 유지하자는 ‘이원적 구조’가 두 강대국 관계의 뉴노멀이라는 것이다. 동시에 이 프레임 자체가 다소 추상적이고 구체적 이행 메커니즘이 결여돼 있어 실질적 구속력은 불분명하다는 세간의 평가도 있다.
경제 분야에서 몇 가지 잠정 합의가 이뤄지긴 했으나, 이번 회담을 통해 그간 누적된 경제 병목 현상들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해결됐다고 하기에는 충분치 않아 보인다. 먼저 항공기 분야에서 미국 정부는 중국이 보잉사 항공기 200대를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으며, 시장에서는 향후 추가 주문을 포함해 최대 수백 대 규모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회담 이후 약 일주일이 지나도록 중국 측의 공식 확인은 없는 상황이다.
농산물 분야에서는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 확대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으며,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향후 3년간 중국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리어 대표는 지난 1년간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크게 줄었음을 강조했으나, 회담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약 300억 달러 규모의 비민감 품목에 대한 구체적 관세 인하 패키지는 ‘원칙적 합의’만 언급됐을 뿐 정작 발표문에 담기지는 않았다.
한편 이번 회담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구조적 변화는 ‘무역위원회’ 구상을 통해 미중 무역을 ‘비민감 품목’과 ‘전략·안보 품목’으로 분리 관리하는 이원적 체제를 추진한다는 점이다. 이는 워싱턴이 더 이상 중국의 국가 주도 수출 경제 모델 자체를 바꾸려 하지 않고, 수치 목표 중심의 관리무역 방식을 선택했음을 의미한다. 양자 무역의 틀이 완전한 디커플링 대신 전략적 디리스킹(de-risking)으로 이동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중 정상은 호르무즈 해협을 포함한 이란 문제와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보도됐다. 미 백악관은 양국 정상이 ‘에너지의 자유로운 공급을 위해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 상태가 유지돼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도 호르무즈 해협의 군사화와 통행료 부과 시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두 정상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도 합의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돕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으나,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중국 측이 이란과의 관계 유지와 이란산 원유 구매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이 미국·이란 평화 협상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신호 역시 내보이지 않았다고 보도해 이 문제를 바라보는 미중 양국의 온도차가 존재함을 시사했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 중국의 지위가 9년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졌음을 보여준 부분은 대만 문제였다. 시 주석은 회담 서두부터 대만이 “미중 관계에서 가장 중대한 문제”임을 강조하며, “잘못 처리하면 충돌이 발생할 것”이라고 직접 경고했다. 이는 무역·투자·이란 문제에서는 협상의 여지를 열어두면서도 대만은 거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선제적 레드라인 선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에 관한 논의를 진행했는지에 대해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으며, 백악관의 공식 발표문에도 대만 관련 내용은 빠졌다.
1분기 GDP 전년 동기 대비 5% 성장한 중국경제,
내수 활력 떨어지나 수출입 호실적이 전체 성장 이끌어
한편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초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5∼5.0% 범위로 설정했다. 실제 올해 1분기 중국 GDP를 보면 전년 동기 대비 5.0% 성장하며 전망치 상단에 가까운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 전 분기 대비 기준으로도 1.3% 성장하며 직전 네 분기 증가세를 상회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지난 1∼4월 주요 거시경제 지표를 보면 부문별로 다소 불균형적인 모습이 관찰된다. 생산·투자·소비는 4월 들어 지난 1분기 및 지난해 하반기 성장세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반면 수출입 경기는 상대적으로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내내 저조한 흐름으로 중국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키웠던 소비자물가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는 3∼4월을 지나며 지난해 하반기 수준을 크게 상회해 중국경제의 활력이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이 같은 중국 경기 회복세의 불균형적 모습은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이후 지속적으로 관찰됐다. 매번 경기를 이끄는 지표에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지난 1∼4월 기간만 대상으로 본다면 현재 중국경제의 내수(소비·투자)는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외 부문(수출입)의 호실적이 전체 성장세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지난해 4월 미국 상호관세 부과의 결과다. 상호관세가 국제무역 수요 감소라는 측면에서 세계경제에 큰 충격을 줬고 당시 주된 타깃이 중국이라는 점은 명확했으나, 미국이 대중국 견제와 압박의 수단으로 꺼내든 조치가 정작 실효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중국 해관총서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 1∼4월 누적 상품 수출 실적을 국가(지역)별로 구분해 볼 때 대미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2% 감소한 반면 홍콩(41.1%), 대만(30.1%), 러시아(23.1%), 아세안(19.1%),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회원국(17.9%), 일대일로 참여국(16.0%) 등 중국이 정책적으로 중요시하는 지역 대상으로는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전체 수출 실적도 전년 동기 대비 14.5%(누적) 증가한 양호한 모습을 보인다. 동시에 중국의 대미국 수출 비중은 최근 수년간 지속 감소해 지난 1∼4월 기준 전체 대비 10%까지 하락한 상황으로, 중국은 더 이상 미국 수출에 목을 맬 이유가 없어졌다고 할 수 있다.
미중 전략 경쟁 심화 등으로 국제 질서 다극화 가속…
한국, 기회요인 살리고 위기요인 통제하는 해법 필요
영국 『가디언』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교착 정상회담(stalemate summit)’으로 표현하며, 화려한 의전과 긍정적 수사에도 근본적 역학 구도는 변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실제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전면적 디커플링이나 전략적 대타협 중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고 ‘관리된 경쟁(managed competition)’의 장기 구도를 공식화한 측면이 있다. 즉 앞으로 미중은 비민감성 경제·정치 문제에 대해서는 협조하되, 안보 등 조금이라도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소통을 배제하는 이원적 접근 방식이 구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확인한 또 한 가지는 G2 국가 관계에서도 명목과 실질의 두 개념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중국의 GDP가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로 올라선 게 2010년의 일이고 그때부터 세계는 중국을 G2의 한 축이라고 지칭해 왔다. 하지만 당시의 G2가 대등한 관계라기보다 수치 기반의 명목(nominal) G2였다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확인한 건 중국이 한 손으로는 미국의 경제적 목줄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대만 문제에 레드라인을 그어 넘지 말 것을 경고하며 대등한 관계의 실질 G2가 됐다는 점이다. 태평양이 넓으니 절반씩 나눠 관리하는 게 어떻겠냐는 중국의 제안(태평양 반분론)에 미국이 냉담했던 게 지난 2013년의 일이었으니, 약 13년 만에 중국과 미국의 입장이 크게 바뀐 셈이다. 미국은 이제 경제적으로는 중국의 수입 확대 여부에 노심초사하고, 국제정치적으로는 이란 문제 해결에 협조를 청해야 하며, 최대 민감 이슈인 대만 문제에는 선을 넘지 말라는 중국의 경고를 면전에서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냉엄한 국제 질서는 미중 전략경쟁 심화와 지정학적 갈등 요소 확대로 빠르게 다극화·파편화돼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도 가속화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가져온 전대미문의 사회적 변화에 대한 대응이 각국 정부에 요구되고 있다. 대외 변수에 민감하지만 반도체 기술과 제조업 현장 데이터가 풍부한 한국경제의 입장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큰 위기요인과 기회요인을 동시에 마주한 상황이다. 우리는 지금 복합적인 대내외 위기요인을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해야 하는 역량을 요구받는 동시에 반도체산업을 비롯해 AI 시대의 기회요인을 극대화해야 하는, 고차 방정식의 해법을 찾아야 하는 순간을 마주하고 있다.